도시 전체가 박물관이고 예술작품인 상하이지만 몰러별장(马勒别墅)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아침 해가 뜨면 라푼젤이 열어 젖힐 것만 같은 첨탑의 창문부터, 뒤뜰의 흰색마차는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갈 때 탄 그 호박마차가 아닌가 싶다. 이처럼 동화 속 궁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 바로 몰러별장(马勒别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몰러 별장은 소녀의 꿈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 상하이의 대 부호였던 에릭 몰러(Eric Moller)에게는 어린 딸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이 소녀는 꿈 속에서 동화 속 환상의 궁전을 보게 되었다. 어찌나 생생하였던지 딸은 일어나자마자 꿈 속에서 본 광경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 그림에 감명을 받은 에릭 몰러는 바로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한다.
1927년부터 짓기 시작한 몰러별장은 10년에 걸쳐진 대공사 끝에 1936년에야 비로소 준공되었는데 별장의 총 넓이는 5000m
, 정원의 넓이만 해도 2000m
이고 방의 개수가 무려 106개나 되었다. 몇 년 전 이 별장을 리모델링 하는 데에만 2천7백만위엔이 사용되었다고 하니, 건설 당시의 시대상황을 고려해 볼 때 얼마나 대규모의 작업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고딕 양식 특유의 뾰족한 지붕이, 주 건물을 중심으로 빼곡히 밀집해 있어서 장엄한 궁전과 같은 느낌을 준다. 외벽은 타이산(泰山)벽돌을 사용하여 파스텔 베이지톤의 부드러운 빛깔을 내며, 모자이크 양식을 따른 뾰족한 지붕과 화려한 창이 동화 속 궁전의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별장 건물의 남쪽에는 정원이 있다. 아름드리 나무들과 진귀한 꽃들로 둘러싸인 정원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는 작은 개울을 이루고 이 위를 건너 다닐 수 있도록 나무 다리가 아치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산책로로 쓰이는 오솔길은 하얀 조약돌과 색이 입혀진 타일로 장식되어 있어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데, 한 가득 꽃이 만개하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연못 한쪽 가에는 향기로운 꽃 내음을 맡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은 바깥채가 있는데, 정원의 전체적인 모습과 조화되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몰러는 영국인이긴 하지만 별장 건물의 전체적인 외형은 북유럽의 풍의 디자인을 택했고, 정원과 건물의 내부는 세부 장식이 많은 중국인 취향을 택했다. 중국의 전통적인 부유층 저택처럼, 한 쌍의 돌 사자가 정원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현관문의 양 옆을 지키고 있다.
복도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메인 건물의 통로와 복도, 벽 등 사방에는 조각상과 아름답고 우아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다. 조그만 빈틈도 없이 짜맞춰진 원목 복도 바닥은 반세기가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새것처럼 광택이 난다.
해운업으로 성공한 사람의 저택답게, 내부 구조는 호화 크루즈선과 비슷하다. 두 갈래로 난 층계를 통해 건물의 양쪽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이 모습은 마치 선미와 뒤쪽 선실을 이어주는 배의 몸체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커다란 방향타와 돛, 해초, 파도, 일출의 모습, 등대 등을 테마로 꾸며진 장식품의 분위기는 유람선보단 군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 보니, 상부가 반원형으로 된 창문도 거대 군함의 동그란 채광창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몰러 별장은 1941년 청일전쟁으로 몰러 일가가 몰락하면서 그 주인의 운명을 따라 쇠락하게 된다. 유태인이었던 몰러 일가는 수용소로 보내지고 별장은 일본군인의 클럽으로 강제 사용됐다. 그 후, 국민당의 특무기관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1949년 이후 중국공청단(共青团)위원회 사무실로도 사용되었다.
역사 속에서 잊혀져 가던 몰러 별장은, 1989년 ‘상하이시의 뛰어난 역사적 건물’로 포함되면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2001년 1월 상하이의 헝산(衡山)그룹의 리모델링을 통해 호텔로 개조되기 시작하였고. 공식적으로 2002년 5월부터 ‘헝산 몰러 빌라 호텔’이라는 정식 명칭을 갖게 되었다.
▷안주홍 인턴기자
▶주소: 上海静安区陕西南路30号
▶전화: 21 6247 8881
▶웹사이트: www.mollervilla.com
▶가는법 : 지하철 2호선 南京西路역 하차 도보 7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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