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설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명절 증후군의 원인과 극복 방법 등의 기사가 신문이나 TV에서 봇물을 이룬다.
한국에만 있다는 ‘명절증후군’은 백과사전에까지 실린 단어로 주부의 90% 가까이가 명절을 앞두고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과 두통, 우울증을 호소하는 증상을 말한다. 예전에는 대한민국 전체 며느리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증후군이었지만 요즘에는 시대가 바뀐 탓인지 남편들도 잃는 사람이 있단다.
주부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여자들에게만 부여되는 음식 장만과 상차림, 설거지 등 평소보다 늘어나는 가사노동을 매년 겪으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반면 남편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지출이 늘어나는 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 ‘명절 증후군’은 한국에서만 앓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명절을 앞두고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에서 상하이라고 다를 게 없다.
한국처럼 무리한 가사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지만, 모두가 고향을 향해 떠나 텅 빈 듯한 도시를 바라보며 느끼는 무기력증만큼 큰 스트레스는 없다.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가족도 보고 싶지만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귀국을 망설이다가 상하이에 남기로 했다면 더욱 스트레스가 크다.
주변에서 친하게 지내는 분들 대부분 설 쇠러 한국으로 떠나 공허한 마음인데 집안일을 도와주던 보모마저 고향으로 떠나고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서러움이 확 몰려온다. 주위를 둘러봐도 마음을 터놓고 편안하게 만날 사람은 없고, TV에서는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즐거워하는 장면만을 내보내고 있다.
‘온 가족 비행기표에 부모님 용돈, 조카들 세뱃돈 어디 그뿐인가, 친지들 인사 하러 갈 때 인사비용 등등 이것 저것 생각해보다 상하이에서 설날을 보내는 것이 남는 것이지’라고 애써 마음을 다독여 봐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귀국을 하지 않은 것 같아 공허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아이들과 춘절 연휴 내내 북적이며, ‘한국 갔으면 일이나 잔뜩 했겠지’라고 위로하며 ‘상하이의 명절증후군’에 대해 생각해 본다.
▷김유현(kyh75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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