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거나 대학에 입학하여 저학년 때보다 성취율이 현저히 떨어지곤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및 과외를 통해 선행 학습을 시작하거나 부모가 모든 학업관리를 대행해주는 학생들의 경우,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사실 입시나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가 되면, 학생이 얼마나 자가 학습 능력(independent study skills)을 가지고 있느냐가 그 학생의 타고난 학업적 재능보다 더 크게 성취율을 좌우하게 됩니다.
특히 부모님이 모든 학업을 계획해주고 시간 관리까지 해주는 학생들의 경우, 대학에 가서 자신이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시간관리 하는데 어려움을 보입니다.
언제 어떤 공부를 하고, 언제 쉬며, 단기적 계획과 장기적 계획의 차이점은 무언인지를 가늠하기 힘들어하는 것은 물론 각 공부 혹은 활동마다 어느 정도의 준비 시간, 수행 시간이 필요한지조차 추측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게 됩니다.
또한 인생의 목표를 단지 성적 향상, 대학 입학과 같이 막연하게 계획하는 경우, 학교 생활이 아닌 졸업 후의 삶에 대한 목적 의식이나 준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적성과 진로를 고려하지 않은 입시 준비를 하거나, 심지어 목표 달성 후에는 보상심리로 더 중요한 대학 시기를 허송세월 보내버리기도 하지요.
아이의 자가 학습 능력(independent study skills)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겁니다.
제가 대학교 때 한 교수님께서는 예비 교사인 학생들에게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난 뒤 속으로 10을 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강의를 할 때 저도 모르게 질문을 하고 2-3초도 채 되지 않아 아이들에게 내가 의도한 답을 말해버리곤 합니다.
그러나 질문을 한 뒤 5-6초만 기다려도 아이들에게는 반응이 나타납니다.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해야 한다는 본능적 의무감과 교사의 침묵이 주는 기회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는 용기를 내도록 자극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모든 정보를 부모가 가지고 아이에게 결정만 통지하기 보다 아이가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가 내린 의사 결정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의사 결정의 결과를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생의 공약을 20년, 10년, 5년, 1년, 6개월, 한 달, 일주일 등의 시간 간격으로 다양하게 구성해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획하게 해보는 것도 좋은 활동이 됩니다.
혹은 매 년의 목표, 매 학기의 목표를 통해서 자신의 앞 날을 계획하게 도와주거나, 매 학기 때 공부 이외에 이루고 싶어하는 5가지를 쓰고 그 중에서 최소한 3개 이상을 이룰 수 있도록 목표를 정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 짜기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혼자 힘으로 목표를 두고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계획하기를 아이에게만 강요하기보다 가족이 함께 개인의 목표를 정하고 수정하고 달성하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자가 학습 능력에 대한 모델을 익히는 데 더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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