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모임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에 이르며, 다니는 학교도 다양하다. 여러 나라를 거쳐 가며 이 곳에 온 아이들도 있고, 아주 어려서부터 중국에서 자라난 아이들도 꽤 많다. 주재원인 아빠 따라 몇 년간 상해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그 수가 적은 편이다.
그 아이들을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게 되는데 그 만남의 재미가 새롭다. 외국에서 크는 아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순수하고 맑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 아빠의 문화와 다른 환경 안에서 자라나는 이 아이들에게는 우리 어른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긴장이 늘 있는 것이다. 혹자는 제 3세계 문화권의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이 아이들의 가슴에 무엇을 심어주어야 할지, 장래의 꿈과 목표를 어떻게 접근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해갈 일꾼들로 세워나가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더욱이 조국을 떠나 살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민족의식, 우리나라를 생각하는 마음, 통일에 대한 꿈, 한민족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막연한 지역인 북한, 현재 다니는 학교에서 얻게 되는 한국에 대한 다양한 정보, 왜곡된 지식이 굴절된 한국인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또한 실력보다는 성적이, 지혜보다는 지식이 우월하게 여겨지는 이 시대의 구조 안에서 지혜로운 실력자가 나오기를 꿈꾸게 된다. 참 지혜는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는 것임을, 그래서 '나'와 '너'를 떠나 공동체로서의 '우리',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비록 작은 땅 우리나라이지만 세계 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그 곳에서 또 다른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한국인의 바른 정체성을 갖도록 뿌리 있는 사람으로 키워내야 하는 것이다. 자기분야에 실력을 잘 갖춘 인물들로, 이 시대의 사표가 되는 인물들로 키워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그 소망으로 아이들에게 달려간다.
▷ 진선정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