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기관인 국립극악원의 대표 소리극 ‘황진이’를 상하이 푸둥동방예술중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문화관광부의 주최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엑스포가 개최되고 있는 이 곳 상하이에서 엑스포내의 한국관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에 대해 더욱 알릴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되었다.
조선 최고의 명기였던 황진이의 삶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한 이번 공연은 황진이 역의 서진희, 채수현 씨를 비롯한 수많은 국립극악단 단원들이 참여해 좀 더 수준 높은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공연은 크게 1부, 2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1부에는 자신을 사랑하던 청년의 죽음 이후 인생에 회의를 느낀 황진이의 모습을 그린 1장 해원, 자유로운 삶을 찾아 속세를 떠나려는 2장 입문: 시, 서, 화, 악, 가, 무. 3장에서는 익히 알려진 황진이의 시회를 만날 수 있다. 황진이의 정신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2부에서는 황진이의 유혹에 고고한 불심조차 무너지고 마는 지족선사의 모습, 황진이를 얕보며 꺾으려던 벽계수의 낙마, 극의 절정인 화담 서경덕선생과의 정신적 사랑을 그렸다.
또한, 현장에서 연주하는 국립극악단의 음악과 노래, 일사분란한 안무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 한국적인 멋과 향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끊임없이 이어지는 북춤, 부채춤, 칼춤 등의 화려한 한국무용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고급스럽고 독창적이었던 무대 장치 또한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얇은 막을 내려 황진이의 슬픔과 깨달음을 표현할 때는 황진이의 고뇌와 신비스러움이 몸소 느껴지는 듯 했다. 기존의 소리극과는 다른 획기적인 무대 기획과 배경묘사가 더욱 극적인 분위기 연출에 큰 역할을 했다.
상하이에서 느끼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에 반색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아쉬웠던 점을 토로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다. 우선, 공연을 관람하러 온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자막이 있기는 했지만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고, 우리의 문화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뒷받침 되지 못했다. 한국인들 또한 연기자가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나올 때면 대부분 알아듣기 힘들다며 오히려 중국어 자막을 보며 내용을 이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공연 중간중간 펼쳐지는 퍼포먼스의 수준이나 단원들의 기량은 세계 최고라 할만 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이 지루한 감이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한국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알리기에 충분했고, 공연이 끝난 후, 차례로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연기자들에게 쏟아지는 박수갈채는 끊일 줄을 몰랐다.
▷고등부 학생기자 조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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