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스카이72GC 오션코스 8번홀(파3). SK텔레콤오픈 최종일 챔피언조(최경주 배상문 김대현) 세 명의 티샷이 모두 그린 왼편 벙커에 들어갔다. 배상문만 샌드세이브를 했고, 최경주와 김대현은 보기를 기록했다. 길이 219야드(약 200m)로 프로들에게는 긴 편이 아닌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아마추어들은 어떨까. 길이 160~200야드인 파3홀에서 파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린 주위의 해저드를 피해 볼을 똑바로 날려 그린에 올려야 겨우 파가 보인다. 그런 홀에서 파는 버디 못지않은 수확이다. 그런데도 골퍼들은 별 생각 없이 그린을 향해 티샷을 날린다. 온 그린 확률은 10%나 될까.
생각을 바꿔보자. 길고, 주위에 해저드가 있는 파3홀에서는 '레이 업'(lay up•우회 공략)을 하는 것이다. 180야드짜리 파3홀이라면 짧은 클럽으로 150~160야드를 보낸 뒤 20~30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으로 승부하는 일이다. 그러면 우선 볼이 그린 주위 해저드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 짧은 클럽을 잡았으므로 볼이 그린 앞 페어웨이상 좋은 자리에 떨어질 확률은 높다. 그곳에서 쇼트 어프로치샷을 할 경우 잘 맞아 볼이 홀에 붙으면 파요, 홀에서 좀 떨어지면 보기다.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적어도 보기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홀에서 보기는 성공적이다.
비슷한 예가 있다. 2009년 US오픈 최종일 마지막 홀(파4). 길이는 354야드로 짧은 편이나 티샷 낙하 지점과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고 러프가 깊어 까다로운 홀이다. 2위에 2타 앞서던 루카스 글로버는 6번아이언을 꺼내 티샷을 했다. 그리고 9번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해 파를 잡고 우승컵을 안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소심한 공략법'이라고 했지만 본인이나 톰 왓슨은 '안전하면서도 훌륭한 레이 업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드라이버를 잡으면 볼이 벙커나 러프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설혹 페어웨이에 떨어지더라도 하프웨지샷을 해야 할 판이 아니었던가.
왓슨이나 아니카 소렌스탐은 "골프에서 현재 샷의 목적은 다음 샷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으로 볼을 보내는 데 있다"고 말한다. 항상 다음 샷을 생각하고 현재 샷을 구상하라는 얘기다. 소렌스탐은 그래서 파5홀에서는 어프로치 샷-두 번째 샷을 먼저 가늠한 뒤 그에 걸맞은 티샷 클럽을 선택한다. 역발상이다. 파5홀에서 티샷은 무작정 멀리 쳐야 하고, 파3홀에서는 거리에 상관없이 그린을 노리는 아마추어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골프의 다른 면'이 보이는 예는 많다. '벙커샷은 샌드웨지로 한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턱이 낮거나,라이가 좋거나,거리가 멀 때는 퍼터나 피칭웨지,쇼트아이언으로 샷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120야드의 파3홀, 300야드의 파4홀 등 파에 비해 거리가 짧은 홀에 다다르면 미리 파나 버디를 떠올리는 것도 버려야 할 습관이다.
짧은 홀일수록 벙커를 깊게 하거나 그린을 어렵게 조성하는 등 함정이 많다. '클럽 거리 과대 포장증'도 스코어 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골퍼들은 잘 맞았을 때를 기준으로 클럽 거리를 산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예컨대 125야드 거리에서 '9번이냐, 8번이냐'로 고민할 때 9번아이언을 잡는 일이 많다. 결과는 그린에 못 미치거나 벙커행이다. 어프로치샷용 클럽은 한 번호 긴 것을 잡는다고 생각하면 골프가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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