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가 나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상하이에 와서 몇 년을 살아본 사람들은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다른 나라에 와 살면서 어려움도 많고 불평도 많겠지만, 그래도 상하이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것은,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도시들과는 뭔가 다른 넘쳐오르는 에너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도전해 보아도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상하이엔 있다. 마음에 품고 있는 것도, 머릿속에 간직하고만 있는 것도, 손 끝에서 간질거리기만 하는 것도.
최근에 나라나 아트에서는 ‘상하이로부터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한 작가의 전시회 오프닝을 가졌다. 작가인 강호선씨는 이화여대 장식미술과를 졸업하고 큰 의류회사들의 디자이너로 일하고, 퀼트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몇 년 전부터 자신의 꿈인 그림 그리기에 온 열정을 쏟아부은 사람이다. 한 남편의 아내이기도 하고 한 소녀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가 상하이에 산 지 몇 년. 그녀에게는 상하이에 살아오는 동안의 추억들이 화면으로 남아 작품이 되었고, 그 작품들이 전시회의 재산이 되었다. 지금까지 그려온 작품들로 첫 솔로전을 하는 이의 기쁨과 흐뭇함은 어떤 것일까. 꽃다발을 들고 그녀를 찾는 손님들의 축하어린 표정에 한 사람의 꿈을 향한 도전으로의 존경이 엿보인다. 마냥 충만한 기쁨으로 미소띤 얼굴, 긴장된 호흡과 그러면서도 감사하는, 슬픔과 고통과 외로움을 뛰어넘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 자신감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자태.
‘어느날 꾼 꿈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의 아득한 그리움에 사무쳐 깨곤 한다. 그 시절의 생생함이 실제의 일이었든 가상의 일이었든, 어렴풋한 맨정신 속엔 이건 꿈속이다 하면서도 계속 끌려들어… 그러면서 상실감을 맛보는…. 그러한 꿈속엔 돌아가신 엄마와... 나의 유년의 시절.... 그리고 내 인생에 크게 획을 긋지 않았던 사람들과의 짤막한 인연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절대적인 그리움에 사무쳐 떨려 하루 온종일을 씁쓰레한 기억을 더듬게 한다. 하물며 이 온전한 세계에서 나의 핏줄들과 없어서는 안되는 나의 필연적인 인연들을 홀대하며 지낼수는 없다.
언젠가 그 시간마저 나의 꿈속에 불현듯 나타나 나의 긴 그리움의 늪으로 빠지게 할지. 하여 매순간을 사랑하며 사랑하며 사랑하자. 사랑하여 행복하게 행복하게 행복함 속에 그렇게 살자. 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다시는 오지 않을 그런 그리움 한자락이라도 행복으로 그려내었으면….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며. 후회 없는 삶을 그리겠다고. 붓을 놀리는 그 순간에도 나는 꽤 진지했다고, 그 붓끝에 많은 사랑을 담아내었다고 그렇게 얘기하겠다.’
브로셔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머리말로 아껴두었다던 그녀의 문장이다. 앞으로는 일 년에 몇 번의 전시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는 작가의 얼굴에 진정한 상하이인으로서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녀는 상하이가 건네는 ‘기회’를 꽈악 움켜쥔 여인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작품에 꿈을 찾아 나는 새가 있다.
강호선 작가의 ‘상하이로부터의 초대’는 나라나 갤러리(상하이 우쟈오챵 송후루 234호 쟝완체육관 128실)에서 7월 8일까지 계속됩니다.
▷글, 그림: 나라나 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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