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은 넘은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양제동 예술의 전당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 그날따라 커다란 오페라 공연 포스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 결혼하고 아이들 돌보랴 집안 살림하랴 어설프지만 정신 없이 분주한 날들이었는데 난 문득"아, 나 저 공연 보고 싶다”했고 남편은 바로 “너 저게 얼마나 비싼 줄 아냐? 이해는 하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도 학교다닐 땐 값싼 학생표 사서 보고 리포트도 쓰고 했는데….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당신이 돈 모아서 좋아하는 등산 장비 사고 싶은 거랑 내가 이런 마음 갖는 거랑 뭐가 다른데” 별뜻 없이 말했는데 내 반응에 남편은 아차 싶었는지 영 어색한 모습으로 말이 없었고 난 그 후로 지인의 초대로 몇 번 작은 음악회는 다녔지만 바쁜 일상에서 이런 과분한(?) 생활은 지워버리고 살았다.
이곳 상하이로 와서 내가 행복한일들 중의 하나는 매달 갖가지 공연과 음악회를 갈수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그때의 미안함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이(사실 이건 내 생각이다. 남편도 못지않게 음악을 좋아하지만 아마 그때의 충격이 내겐 컸나 보다) 좋은 공연들을 예매하고 난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는 귀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 물론 우린 값비싼 자리는 아니지만 적은 값으로 많은 것은 본다는 지론 하에 작은 망원경으로 오페라의 작은 몸짓 하나조차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고 그런 것 들이 또 우리를 배부르게 한다.
음악이란 참으로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요즘처럼 갖가지 장르의 음악들이 홍수인 환경 속에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자랄 때는 그렇지 않았다. 강원도 산골에서 자란 나에게는 그 당시 많은 인기가 있던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던가 또는…)조차도 들을 수가 없었고 오직 부모님께서 사주신 작은 녹음기(아마 MyMy였던가?)에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을 녹음해 열심히 듣고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 주옥 같은 음악이 나의 외롭고 생각 많던 청소년기의 큰 영향과 도움을 주었다.
언젠가 음악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들녀석 "엄마, 이 음악 한번 들어보실래요?”하며 이어폰을 내 귀에 꽂아준다.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가수의 목소리와 알아들을 수 없는 빠른 랩에 얼른 빼고 말았다. 너희들은 요즘 이런 음악을 듣니? 쓴웃음이 나오며 난 내가 어릴 때 어른들께 느끼던 세대차이를 이젠 반대입장에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훗날 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를 생각했다.
언제부터 인지 레스토랑에서 고기를 써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시키고 있었고 TV에서 흐르는 촌스럽고 지루하다고 투덜대던 흘러간 노래를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해가 많이 지나도 품위 있고 지루하지 않고 유행에 뒤지지 않아 명품이라고 말하고 모두가 좋아하듯이 무엇이든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것은 그것만으로도 매력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베스트셀러를 외치고 유행을 선호하고 따르고 싶어하지만 그러나 결국은 고전이 아름답고 가장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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