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첫날8월 12일, 하필 시어머님께서 오시는 날 39도라니…. 모처럼 며느리, 손녀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무척 기대하고 오실텐데 상하이를 떠나기도 전에 더위에 놀라 기절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먼 길임에도 혼자 무사히 오셨고, 총각 김치에 젓갈까지 담궈 오셨다.(이다음에 나도 내 딸이나 며느리를 위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올 4월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마음 고생하셨을 어머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함께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새로운 장소를 택하느니 2년 전 우리 아이들과 내가 배낭 여행을 했던 계림, 양숴, 싱핑, 핑안을 거쳐 이번엔 산장까지 작은 욕심을 내자는 것이었다.
정말로 처음하는 여자들만의 여행, 그리고 삼대가 하는 여행이라 잔뜩 맘이 부풀어서 딸내미와 함께 같은옷을 입자고 입을 맞춘 뒤 새파란 물빛 티셔츠를 골랐다.(어머님 오시기 전날은 그야말로 기분 좋은, 설렘 가득한 수선수선한 밤이었다.) 그리고 어머님께 드렸더니, 흔쾌히 받아 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8월 13일, 금요일 8시 35분 홍차오 공항에서 출발! 2시간 15분 정도 소요되기에 옆자리에 앉은 프랑스 아줌마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와 시어머님은 그 동안 담아 두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럼 딸아이는? 어찌 된 일인지 생각지도 않았던 일등석에 앉게 되었다.(확실히 대우가 다르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드디어 계림 공항에 도착하고, 택시를 타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시외 버스 정거장까지 가자고 하니, 왜 계림시내 투어를 안하냐고 묻는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 볼거라고 둘러대니,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면서 도로 비용 20위엔을 추가해야 한다며 2년 전 경험했던 똑같은 횡포를 부린다. 따져 묻자는 딸의 말을 뒤로 하고, 서둘러 내려 새콤한 귤과 물을 사들고 양숴행 버스를 탔다. 어머니는 손녀와 한자리를, 나는 곧 출산 날을 앞둔 것 같은 중국 산모와 한자리에 앉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다음날 갈 예정인 싱핑이 고향이란다.
덕분에 꼭 먹어 봐야 할 음식도 물었더니 친절히 알려 주고, 공책에 써달라는 말에도 흔쾌히 응해준다. 어느새 양숴에 도착, 안내 책자에서 봐둔 숙박소에 전화하니, 대충 알려주는 통에 대체 찾을 수가 없다. 결국 물어 물어 시지에(西街) 끝에서 우회전, 리장(離江)이 훤히 내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으로 결정했다. 짐도 내려 놓고, 한숨도 돌리고 슬슬 거리 구경을 나서기로 했다. 간단하게 요기도 할 겸 들린 카페가 어머님 보시기에도 좋았나 보다. 작은 피자와 소고기와 야채 곁들인 덮밥도 예상 밖으로 맛이 좋아 신이 난 세 여자들!
(다음호에 계속)
▷진리앤(truthann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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