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끼니를 굶으면 배가 고프게 마련이다. 지인 한 사람은 배가 너무 고프면 성질까지 바뀌어 난폭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움직이고, 생각하고, 심지어 잠을 자는 것도 음식이 입으로 들어와 소화되는 과정을 거친 뒤 에너지를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물며 한창 성장해 나갈 어린이들은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밥을 안 먹어 부모 속을 끓이는 아이들이 있다. 밥을 포함한 음식 일체를 싫어라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밥을 뺀 나머지 간식만 좋아하는 아이, 밥 한 그릇 먹는데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아이, 밥을 입에 물고 삼키지 않는 아이 등 엄마, 아빠가 치러야 할 밥상 전쟁은 형태도 다양하다.
밥 안 먹는다고 간식 주면 악순환 계속 돼이렇게 ‘밥’ 때문에 한의원을 찾는 아이들을 진료할 때 이것저것 묻다 보면 희한하게도 공통된 점을 많이 발견한다. 그 중에 하나가 부모가 먼저 달고 포만감이 느껴지는 과자나 빵을 아이들에게 준다는 사실이다. 부모는 선뜻 내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어르고 달랠 요량으로 주는 것이라 말한다. 때로는 밥을 안 먹으니 그런 것이라도 먹여서 배를 채우게 한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간식을 먹으면 배가 불러 식욕이 줄기도 하지만, 단 음식은 장을 무력하게 만들어 소화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밥 먹을 생각이 더욱 없어질 수밖에 없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논하는 것처럼, 밥을 안 먹으니까 간식을 찾는 것인지 간식을 먹으니까 밥을 안 먹는 것인지 어떤 것이 먼저인지 알 도리는 없다. 중요한 것은 밥을 잘 먹게 만들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음식, 몸속 열 만들어 알레르기 유발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케이크, 피자, 햄버거,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등이 모두 식욕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문제는 식욕저하에서 끝나지 않는다. 단 음식은 몸속에 열을 만들고, 이로 인해 오장육부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고 기혈순환도 잘 되지 않아 실제 질병으로까지 이어진다.
감기나 비염 같은 호흡기 질환도 요즘은 속열로 인해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면역이 약해져 알레르기성 질환도 생기기 쉬운데, 아토피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또 장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변비나 설사를 반복하기도 하고 장염에 걸리기도 한다. 여름철에는 땀을 과도하게 흘려 불쾌지수가 높아진다거나 성격이 산만해지는 경우도 있다.
가정에서 만든 제철음식으로 간식 즐기기 이렇듯 단 음식은 건강에 불청객이건만, 아이들은 간식을 애지중지하고 간식은 날이 갈수록 설탕 함량이 높아지고 있어서 어지간한 마음가짐으로는 끊기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아이에게 간식으로 줄만한 것을 대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구마나 옥수수 쪄주기, 가래떡 구워 꿀 찍어주기, 각종 제철과일 혹은 그것으로 만든 주스, 감자나 계란 쪄서 소금 찍어 먹기 등등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아이에게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일 생각이라면, 당장 힘들더라도 부모가 먼저 단 음식에 단호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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