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건축물은 유치해. 정말 세련미나 모던함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 볼 수가 없어.’ 대다수의 한국인이 중국을 대표 건축 동방명주를 보며 속삭여 보았을 말이 아닐까? 하지만 중국에 모던함과 세련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인에게 익숙한 모던함과 세련미가 없을 뿐이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모던함과 세련미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한국인은 ‘세련’에 이상적인 모습과 촌스러움을 덮을 어떠한 이미지를 만들지만, 중국인에게 세련(洗练)은 오직 ‘잘 닦고 다듬다’ 라는 의미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분명 나도 중국에서 8년 넘은 생활을 해 왔고, 중국인의 세련미와 모던함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 또한 한국인의 시각으로 중국의 건축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작은 차이의 인식으로 인해 똑같은 건축물을 보고도 절래 고개를 흔드는 사람과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건축 투어를 하면서 새삼 느꼈다. 그렇다면 8년 만에 나의 인식적 변화로 드디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 중국 건축물들을 그려볼까?
첫 번째 장소- ‘톈쯔팡(田子坊)’ 이번에 ‘중국인의 시각’을 가지고 이 곳을 갔을 때는 이미 나에게는 세 번째 방문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톈쯔팡을 한국의 홍대와 신사동 가로수 길의 아류로 보았다. 그러나 세 번째로 그 곳을 들렀을 때는 그 곳을 한국의 눈 보다는 중국의 눈으로 거리를 둘러보게 되었다.
톈쯔팡은 과거 프랑스 조계지였기 때문에 상해가 서양인을 모아 물질적 충족을 만들어 내기에 가장 적절한 공간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 곳은 약간의 중국의 맛을 나는 건축물을 그대로 놓고, 외국인이 좋아하는 카페나 상점들을 오밀조밀하게 밀집해 놓아 한국의 홍대나 가로수 길 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높게 평가하는 뉴욕의 소호 분이기를 연출한다. 또한 그 곳은 중국이 계획적으로 자유로운 개방을 허용하여 정부의 개입이 적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인식에 ‘자유분방함’이 더해져, 많은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자유를 만끽하는 공간이 되었다. 즉, 톈쯔팡은 단순히 젊고 가난한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복잡한 거리만은 아닌 많은 외국인들이 중국의 멋에 서양의 분위기를 느끼게 할 수 있는 계획적 거리가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톈쯔팡을 중국에게 어울리는 서양적 모던함과 세련미의 상징이라 말하고 싶다.
두 번째 장소- ‘8호교(8号桥)’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커다란 벽이 눈앞에 있는 기분’ 이라고 말한다. 그 벽은 과연 어떤 모양일까? 아마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 벽을 그려보라고 하면 스케치북을 갈색 벽돌로 가득 채우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벽돌은 앤티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고지식한 느낌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8호교에서는 벽돌의 그러한 답답함을 중국인의 인식 변화로 독특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자아냈다. 중국은 자신들만이 생산할 수 있는 재료인 전돌을 건축 자재로 사용하였다. 대다수 국가는 모던한 분위기를 계획할 때 대체로 건축 유리를 사용하지만, 중국은 최대한 자신들의 생산품을 사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게다가 전돌도 벽돌과 같은 모양이기 때문에 높은 건물에 쓰였을 때는 답답함이라는 똑같은 단점이 생길 수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벽돌을 쌓을 때 가로가 아닌 세로라는 생각의 전환을 이용하였다. 그래서 8호교는 높은 건물에 전돌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던한 현대 건축물처럼 시원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즉, 8호교는 고작 건물들을 다리로 연결한 재미있는 건물이 아닌, 중국인들의 자신들의 것을 지켜내면서 세련된 새로움을 잘 표현한 건축물임을 알 수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라는 말은 중국 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이 들어본 말이다. 이때까지 나는 그래도 남들보다는 중국인을 충분히 이해하며 중국인의 눈으로 중국을 바라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건축 투어를 통해서 그것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오히려 이번 건축 투어가 나에게 좀 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우리 한국인들과 ‘온고지신’을 지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모던함을 만들어낸 중국인의 인식을 보면서 그 작은 인식의 차이가 이 도시의 분위기를 전혀 새로운 세련됨과 모던함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짧지만 긴 여행이었다.
▷손묘경(상해한국학교 1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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