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드디어 3주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아이(보모)가 고향을 떠나기 전 워낙 잔소리 안 하는 나와는 달리 아주 가끔 따지는(? ) 남편이 무서웠는지 우리 집 일을 그만 두겠다고 선언을 했다. 사실 일을 시키지 않고,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나를 보다 못해(난 타이타이가 될 기질이 없나 보다) 한 소리 한 것인데 이렇게 될 줄이야.
앞으로 어떡하지? 하면서도 한편으론 "에잇~ 속은 편하겠다!"하는 이중적인 맘이 드는 건 왜일까? 개학하기 전까지는 고 3인 아들과 고 1인 딸, 이렇게 셋이서 설거지, 거실 청소, 쓸고 닦기, 빨래 널고 개기를 서로 번갈아 가며 했다. 상하이 와서 내내 보모를 쓰다 이제서야 집안 일을 하려니 손에 익숙지는 않고 자꾸 미루고 싶은 맘만 굴뚝같으니 큰일이다. 일과 집안 일을 병행하며 쩔쩔매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남편이 빨래를 다 널어 준다.
사실 본인도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그러면서 은근 슬쩍 보모를 다시 구하는 게 어떠냐며 물어 보는 남편! 그래도 난 꿋꿋이 더 버텨보겠다고, “몇 년 뒤 어머니와 살지 모르는데 미리 준비해야지! 그때까지 습관이 안돼서 힘들까 봐서 말이야!"
사실 이렇게 대답해 놓고도 거의 7년간 보모에 길들여진 내 생활이 ‘편안함’에서 발목을 쉽게 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나도 남편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요즘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나 다름없다.
고 3인 아들! 이제 벌써 대학 원서를 넣고, 그 1차 결과를 기다리며 3학년 2학기란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의 길에 놓여있다. 그 동안 중국 중학교에서 3년 내내 나름 모범생으로 공부 외에 별 생각없이 평범하게 지내다, 국제학교에서 고등학교 3년을 질풍노도의 시간으로 보낸 덕분에 공부보다는 그 외의 것을 많이 얻었다는데 내 눈엔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낯빛이 역력하다. 인터뷰 요청 메일이 오지 않았을까 기대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메일을 확인하는 것을 보니 불안하긴 한가 보다. 너도 전쟁 중인 거 맞구나?
고1인 딸! 날 닮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다. 몇 년 동안 음악 외에는 잘 쳐다도 보지 않던 녀석이 이제서야 공부와 씨름 하느라 난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빠가 구박하며 물리를 가르쳐 주는데도 잘 참아낸다. (마치 일곱번 넘어져도 여덟번 일어 나겠다는 표정이다.) 나도 중국어라 모르는 게 많지만 수학을 도와 주기로 했다.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전혀 신경쓰지 못했던 딸에게 얼마나 미안 하던지….
이렇게 우리 가족은 요즈음 작년과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결코 비관적인 아닌 새로운 도전과의 전쟁 중이다. 물론 무모하게 보이다 못해 조금 어리석어 보이는 점도 있지만(특히 나!) 조금 더 즐겨볼 작정이다. 2011년이란 새로운 무대에서 서로의 멋진 공연을 위하여 기꺼이!
▷진리앤(truthann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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