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한낮에 집 안으로 침입하려던 강도(?)와 그가 휘두르는 흉기에 몸으로 맞서 승리하고 외동딸인 11세 어린 소녀를 보호하는데 성공한 83세 중국 할머니의 '강도 잡고 상금 탄'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언론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黑龍江)성 치치하얼(齊齊哈爾)시 사람인 왕구이롄(王貴連) 할머니고 사건이 발생한 곳은 랴오닝(遼寧)성 성도 선양(瀋陽).
사건은 왕 노인이 거주지인 치치하얼을 떠나 선양시 쑤자툰(蘇家屯)구에 있는 딸의 집에 머무르고 있던 지난달 4월29일 일어났다.
이날 오후 2시께 옛날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찾아오곤 했던 이웃의 11세 소녀 샤오쉐(小雪.가명)가 왕 노인의 딸 집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몰래 뒤따라온 괴한이 미리 준비했던 돌덩이를 샤오쉐에게 던졌고 샤오쉐는 이를 맞고 비명을 질렀다.
당시 집 안에 있던 왕 노인은 이것 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맨발로 달려 나가 막 집으로 들어서려던 괴한을 가로막고 서서 막무가내로 버티며 몸싸움을 벌였다. 그 사이 샤오쉐는 밖으로 몸을 피했다.
괴한은 샤오쉐가 밖으로 달려나가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는 것으로 판단했는지 왕 노인의 머리를 향해 흉기를 마구 휘두른 후 달아나려다 샤오쉐의 다급한 구원요청을 받고 달려온 이웃 주민들에게 붙잡혔다.
머리를 여러 차례 찔려 피범벅이 된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왕 노인은 주민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왕 노인은 고령에 피를 많이 흘려 한때 생명이 위독했으나 지금은 많이 회복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괴한의 인적사항이나 샤오쉐에게 해를 가하려고 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전하지 않고 강도라는 말 대신 '악한'이라고 애매한 표현을 쓴 것으로 미루어 범행동기가 다소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로운 일에 용감히 뛰어 든(見義勇爲)' 왕 노인은 19일 머리에 붕대를 두른채 선양시 쑤자툰(蘇家屯)구 인민정부 강당에서 중국판 '용감한 시민상'과 함께 '중화 견의용위 기금회의 상금 3만위안과 현지 정부의 상금 2만위안 등 모두 5만위안(약 591만원)을 받았다.
이와 함께 중국의 최고령 '용감한 시민'이라는 기록도 세운 왕 노인은 "샤오쉐는 외동딸인데 만약 샤오쉐가 없어지면 그 집은 끝장이 나기 때문에 내가 죽어도 그 애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베이징 시내버스에 탔던 여학생이 말다툼을 한 차장의 손에 목이 졸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결국 목숨을 잃은 사건이 일어난 후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 구조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처벌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