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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풍경]바른 생활 습관으로 쑥 커버린 아이

[2011-06-01, 17:52:24] 상하이저널
우리가 배우는 초등 2학년 국어교과서에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 똥」이라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주된 메시지는 세상의 모든 존재는 나름의 소중한 가치를 갖고 있음을 배우고 또한 건강한 생명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얇지만 내면은 큰 책이어서 공부시간에 아이들과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흰둥이가 골목에 똥 누는 장면도 너무 귀엽고 전체적으로 그림도 이야기도 아름다운 내용이며 여기에 참고자료로 이용한 백창우의 ‘강아지 똥’ 노래도 수업의 맛을 더해 수업을 전개하다 보니 아이들은 강아지 똥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재미에 푹 빠져버린다.

그러고 보니 “에그, 에그 더러운 똥”이지만 저학년 담임을 하면서 일어나는 그것(똥)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들, 몇 몇 아이들 추억 속에 큰 비밀로 간직하게 된 일화들이 생각난다.

1교시 수업을 하려고 하는데 “선생님, 이상한 냄새가 나요. 썩은 냄새 같기도 하고 똥냄새인 것도 같아요.”
정말 코를 심하게 자극하는 냄새가 어디선가 풀풀 난다. 나는 예민한 후각을 이용하여 냄새의 발원지를 찾는다.

‘아휴, 또 ○○네. 아침에 항상 일찍 일어나서 큰 것을 누고 오라고 했건만 벌써 두 번째네.’

“응, 선생님 코가 냄새를 끝내주게 잘 맡는데, 가만히 냄새를 맡아보니 바깥에서 들어오는 냄새네. 그런데 냄새가 정말 끝내주게 지독하구나.”

“아니에요. ○○한테서 나는 것 같아요.”
‘아유, 저 똑똑이. 어떻게 알았담.’

“어디? 아닌데. 이건 바깥에서 나는 게 분명해.”
그리고 태연하게 교과서를 들고 수업을 계속 했다.

애들의 반응 때문인지 ○○의 표정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 엄마가 오셨네. 복도로 나가보렴.”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아이들에게 자습할 거리를 주고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나서 나는 ○○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오물이 묻어 있는 옷을 벗기고 닦아주었다. 그런데 이 녀석 놀릴 친구들로부터의 해방감 때문인지, 원래가 성격이 좋아서인지 사건의 자초지종에 대해 한참을 떠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볼 일을 봐야 하는데, 통학버스 놓칠까 봐 부랴부랴 밥을 먹고 걸어서 5분 거리인 통학버스 정류장까지 나와 버스를 탔는데 그만 삐질삐질 큰 것이 나오더란다.

○○의 순진무구함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는 ‘어쩌자고 학교에서…….’ 생각했던 마음이 미안해지기까지 하였다.

다행히 교실에 비치해 놓은 여벌옷이 있어서 표 안나게 옷을 갈아 입혀서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학교가 멀다 보니 우리학교 저학년은 사물함에 여벌 옷을 비치해두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다.

초등학생들의 기본적인 습관은 특히 중요하다. 특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바른 연필 잡기, 규칙적으로 화장실 가기 등은 어찌 보면 너무 쉬운 듯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어머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어머님들은 바른생활 습관보다는 시험에 대한 걱정과 그로 인한 앞날의 진로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신다.

공부는 집중력,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초등학교 시기의 바른 태도와 습관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평생의 건강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도 두 달에 걸쳐 배변습관을 바꾸고 나서는 학교에 등교하면서 실수할까 봐 느끼는 불안감도 없어지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거리낌이 없어졌으며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습관이 완전히 정착이 되었다고 느낄 즈음 나에게 다가와서 이제는 볼일을 언제 본다고 귓속말로 이야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로 바꾸기 힘든 습관을 빠르고 바르게 바꾸고 쑥 커버린 ○○가 대견스럽고 사랑스럽다.

▷상해한국학교 교사 백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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