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이다. 지친 몸과 떨어지는 식욕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양식을 찾고 TV에서는 연일 식욕을 자극하는 요리와 음식점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도 요즘 갖가지 국수요리로 식구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시원한 냉면, 매콤한 쫄면, 멸치 다시 국물을 낸 잔치국수….
그 중 단연 자랑할만한 것은 아주 손이 많이 가는 콩국수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편 때문이다. 군대에서 베지밀 먹고 탈이나 콩물은 보기도 싫다더니 언제부턴가 콩국수 노래를 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커다란 통속에 맷돌을 놓고 불린 콩을 한 숟가락씩 넣으며 돌리던 기억이 난다. 한여름 불리고 삶고 돌리고 채에 받치고 남은 건지는 비지찌개의 재료가되었다. 우린 그 콩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하루를 꼬박 기다려야 했다. 그때 그 과정이 어찌나 어렵게 보였든지, 그런 콩국수를 남편은 겁(?)도 없이 해달란다.
그날 큰 마음먹고 마침 지인이 보내주신 순순한 한국토종 어머니표 콩이 있기에 한 대접의 콩을 불렸다. 그리고 잘 불린 콩을 비리지 않게 삶고 들깨가루를 섞어 요즘은 다양한 요리기구들이 많기에 분쇄기로 갈았더니 어렵지 않게 제법 그럴듯한 콩물이 만들어졌다. 더위에 지친 여름 우리집 점심상에는 고소한 콩국수가 차려졌다. 커다란 대접에 삶은 국수를 놓고 정성껏 만든 콩국물을 붓고 조각얼음과 채친 오이와 방울 토마토를 살짝 올리니 제법 근사하게 보여진다. 그날 남편은 물론 아이들도 국물까지 모두 남기지 않고 먹는 모습을 보니 나의 작은 수고가 배나 더 큰 행복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예전에 갓 결혼을 했을 때 요리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 큰 부담이었다. 내가 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보다 매번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 한 접시씩 다음 식사를 위해 살짝 남겨놓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고 우스운 모습이고 지금도 그렇지만 함께한 20여년의 세월이 나를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게 했나 보다. 겁없이 이런 번거로운 음식을 주문(?) 하는 마음은 그냥이고 맛있게 먹어주는 식구들이 있어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변한 나를 발견한다.
오늘도 나는 인터넷 요리카페를 방문해 나도 아직은 낯설은 모습으로 요리 레시피를 뒤적인다. 사랑과 정성이 만든 맛난 음식 먹고 건강한 여름을 나길 바라며….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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