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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진 칼럼]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의 속내

[2011-10-15, 23:13:01] 상하이저널
2008년부터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더블딥 불안감에 유로존 재정압박이 겹쳐 위기(crisis)수준을 넘어 불황(depression)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니얼 퍼거슨 교수, 하버드대 경제사학자)

글로벌 차원의 게임이론(Theory of Games)의 관점에서 본다면, 1998년의 금융위기는 ‘승자 없는 제로섬 게임’이었다. 동아시아권은 엄청난 국부 증발에 허덕였지만 서방에선 그만큼을 쓸어갔기 때문이다.

지금 금융위기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모두 패자가 되는 ‘마이너스섬 게임’의 형국이다. 2008년 발생 후 3년이 지나도록 진행형이다. 잠재적인 악화요인들이 도미노 칩처럼 서 있다. 글로벌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미국과 유럽이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리면서 세계적으로 국가 이기주의가 확산 일로에 있다.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한 각국의 환율전쟁과 자국경제 방어목적의 신보호주의로 팽팽한 긴장감 고조돼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시작은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상황은 어쩌면 새로운 패권의 등장을 예고하는 서막인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도 중국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 보인다. 지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어 이번에도 무풍지대가 아닌가 하는 인식이 많다. 그러다보니 세계는 중국이 2008년 초대형 재정투자로 중국도 살고 세계도 살았듯이 이번에도 또 한 번 세계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뿐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중국경제는 왜 외풍에 강한가? 이번 글로벌 위기 과정에서 중국의 속내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궁금한 부분이다.

중국경제, 외풍에 강한 이유

우선 대외적으로 개방됐지만 대내적으론 폐쇄형인 경제 시스템의 특성을 꼽을 수 있다. 중국경제는 2011년 WTO 가입 이후 “시장진입(entry)”에 있어서는 줄기차게 개방해서 현재 개방정도가 매우 높다. 수입관세율은 WTO가입 이전 20%를 넘었으나 지금은 9.7% 수준이다. 서비스업의 경우 WTO 가입 시 약속한 연차별 양허안보다 개방일정을 앞당겼다. 문제는 외국기업들이 현지정착 단계에 가면 각종 폐쇄적 관행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즉 외국기업이 법인설립까지는 쉽지만 이후 현지 운영단계에서 각종 배타적, 차별적 요소에 직면하는 이른바 잠규칙(latent practices)이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은 외국기업에게는 불리하지만 중국 경제에는 외풍에 강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국가 핵심 전략분야는 “개방불가” 원칙을 고수해왔다는 것이다. 과거 중-미 간 중국의 WTO 가입을 위한 협상 과정 당시로 돌아가 보자. 당시 미국은 통신, 은행업, 증권, 보험, 첨단기술, 자동차, 방직업 등 7개 분야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의견 대립을 계속했다. 하지만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전략이 먹혀들어 결국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타결됐다. 특히 자본시장의 경우 미국의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개방하지 않기로 타결됐다. 문화산업을 비롯한 일부 분야는 현재까지도 개방의 폭이 매우 좁거나 때로는 개방범위를 축소하면서 중국은 자국 산업의 안전을 지켜내려는 모습이다. 외부의 인플루엔자에 쉽게 감염되지 않는 특성이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이 밖에 3조 위앤 이상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실탄이자 외풍에 강한 든든한 방패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역사적으로 대형 금융위기 방어 내지는 극복의 최선책은 재정투입 또는 기타 금융수단이라기 보다는 산업의 파워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축적한 엄청난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를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아, 산업경쟁력이 매우 강한 측면이 있다.

중국 속내는 일본 전철 밟지 않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응하는 중국의 속내는 한마디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특정 외국에 대해 지나치게 믿거나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영원한 친구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영원한 이득만이 있을 뿐” 이라고 생각해왔으며 글로벌 경제 불안 이후 이 같은 믿음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전 당시 미군의 군수보급기지 역할을 하면서 뜻하지 않게 큰돈을 벌였다. 이를 계기로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었으나 이후 기세등등하게 수출을 통한 이윤 극대화에 집착한 탓에 결국 미국 등의 무차별 공격으로 시장개방 확대와 함께 플라자합의(1985)를 통한 엔화 대폭 평가절상이라는 수모를 좌초했다. 중국으로서는 이런 일본은 절대 따라하지 말아야할 대상인 셈이다.

결국 현재 중국은 자국의 생각과 방식을 바로 드러내 미국을 자극함으로써 공격을 당한 일본의 전철을 밟기보다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적절히 타협하고 활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세계 각국의 눈이 중국의 구원투수 역할 기대감에 모인 것과 관련해 중국의 글로벌 경제 구하기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다. 중국은 철저하게 자국 경제에 유리한 방향으로는 일정 역할을 할 수 있겠으나 단순 서비스 차원의 세계경제 구하기를 하기에는 국내 문제가 매우 복잡하다.

중국은 2008년 당시 투입한 재정자금에 따른 부작용(막대한 유동성)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현재 가장 큰 문제인 물가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경제 지원의 경우 중국의 해외진출이 제조업이든 자금이든 서비스업이든 부작용을 겪거나 실패한 경우가 많으며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재정정책을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지금은 중국이 양에서 질로의 체제 전환기로써 해외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며 따라서 중국의 글로벌 구하기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박한진/KOTRA 베이징부역관 부관장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으로, 한국외국어대 중국정치경제학 석사 과정과 상하이 복단대학 기업관리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중국전문가포럼 위원, 충청남도 중국 전문 국제자문역,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중국어교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중사과학학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성기영의 경제투데이> 등에서 중국 경제를 해설하고 프레시안 ‘중국탐구’ 코너 등 여러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출간한 <10년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 등 13종을 집필했고, <화폐전쟁> 1, 2편과 <화폐전쟁, 진실과 미래>를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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