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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풍경] 잿빛 하늘도 아이들 싱그러움 이기진 못해

[2011-11-04, 17:39:52] 상하이저널
올해 상하이 가을은 지난 해에 비해 한국의 가을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퇴근길 우중루 길에 들어서면 전보다 맑아진 공기 때문인지 저 멀리 금무대하, 동명명주, 상하이금융중심 건물이 보인다.

그런데, 멀쩡하던 날씨가 다른 날은 놔두고 하필 현장학습이나 페스티발 날에는 꼭 비가 오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서 거의 모든 학교는 비와 관련된 전설도 하나씩 갖고 있다.
이름하여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내용인즉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가 있었다. 결국 이무기는 천 년을 기다려 내일이면 승천을 하게 되었다. 이무기는 지긋지긋한 땅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하늘에 기도를 올리고 다음날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는 새벽 무렵에 용이 되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이무기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면 부정을 타서 승천을 하지 못하는데 굉장히 부지런한 총각이 일을 하러 나왔다가 하늘로 올라가는 이무기를 보는 바람에 이무기는 그만 땅에 떨어져 죽고,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는 그 앙갚음을 하기 위하여 동네 행사마다 비를 뿌린다는 그런 이야기. 전에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곳 상하이에도 그 이무기가 있나보다.

아무튼 우리들은 잿빛하늘과 약간씩 내리는 빗줄기를 차 안에서 바라보며 원래 가기로 했던 동물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우천 시 장소인 과학기술관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이 비로 인해 아이들이 실망할까 걱정스러웠으나 아이들의 마음은 파란 하늘처럼 한껏 들떠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 때문이었을까?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그쳐 주변이 상쾌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많이 걸어 피곤할 텐데도 가득 충전된 건전지처럼 재잘재잘거리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니 ‘잿빛 하늘도 아이들의 싱그러움과 밝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를 뿌린 뒤의 하늘은 더 깊고 푸르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간다. 그리고 이 가을에 우리들은 소소한 주변의 모습에서 기쁨을 더 안고 살았으면 좋겠다.

도종환의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에 나오는 시처럼

아기의 웃는 얼굴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아무런 욕심도 티도 없는 얼굴,
흠도 죄도 모르는 뽀얀 얼굴로 웃고 있을 때
그 무구한 모습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노란 산국 위에 앉았다 발에 향기를 묻힌 채
어깨 위로 날아와 날개를 흔드는 고추잠자리,
그 위에 가을햇살이 다사롭게 내려와 있을 때,
가을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이하 생략)

▷ 백경숙 (상해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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