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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진 칼럼] 중국의 이유 있는 고물가

[2011-11-19, 23:06:17] 상하이저널
중국이 치솟는 물가로 좌불안석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3.3%로 선방했지만 올해는 영 딴판이다. 6월 이후 4개월째 6%대를 기록하고 있다.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의 전국 2만 가구 체감물가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 이상이 ‘견디기 힘들다’는 응답을 했다. 급기야 일부 물가는 중국이 미국을 제쳤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흔히 중국의 고물가 원인으로 식품가격 급등과 수입 원자재가격 불안을 꼽는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이런 시장요인 보다는 저변의 구조적인 요인들이 훨씬 더 심각하다.

첫째 세금이 많고 비싸다.
중국은 전체 세수 가운데 간접세 비중이 70%에 달한다. 미국의 10%, 대부분의 선진국과 한국의 40~50%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간접세가 많아지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그 만큼 올라간다. 중국에선 10위안짜리 만두 하나를 사 먹어도 여기에는 2위안의 부가세와 별도의 영업세가 포함돼 있다. 간접세는 서민의 세부담을 늘려 소비위축과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물가가 오를수록 정부 세수는 늘어나게 된다. 지금 중국이 그렇다. 중국의 세금종류는 몇 개나 될까? 재정부 홈페이지엔 19개로 되어 있는데 국가세무총국과 베이징 지방세무국에 가면 각각 20개와 25개로 나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세금은 사지 선다형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둘째 국내 물류유통비용이 과도하다.
1킬로그램짜리 상품의 운송비를 보자. 상하이에서 출발해 뉴욕까지의 1만4000킬로미터가 1.5위안인데 반해 남부 구이저우(貴州)성까지 육로 1,700 킬로미터는 10위안이나 된다. 광둥(廣東)성에서 만든 물건을 하얼빈까지 보내면 생산비보다 운임이 더 비싸진다. 광둥성에 진출한 미국계 P&G가 북부지방에 공장을 더 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전 세계 유료도로의 70%가 중국에 몰려있다 보니 운송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유통 마진이 높고 입점료 등에 비싼 수수료가 부과되는 관행도 상품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

셋째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다.
미국의 중산층은 열심히 일하면 10년이 채 되지 않아 200평방미터 정도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지만 중국에선 그 절반 크기의 집을 마련하는데도 30년이 걸릴 정도다. 젊은이들이 결혼 시기를 자꾸 미루는 가장 큰 원인이 다름 아닌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집값이 비싸면 그 자체도 문제지만 모든 물가상승의 불씨가 된다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정부의 버블억제 정책으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단기간에 안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성장방식에 관련된 문제도 있다.
일반적으로 몇몇 상품 가격이 오르면 수급관계 또는 원자재 가격 변동 때문으로 볼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상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 시장의 통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탓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수출주도 성장모델을 유지해왔다. 세계의 공장이 되어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였지만 그 만큼의 위안화를 시장에 풀어놓아야 한다. 돈이 풀릴수록 가격은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지난 30년 간 유지해온 중국의 성장모델이 지속적 물가상승을 초래한 원인제공자인 셈이다.

중국이 고물가 속에서도 아직 견디고 있는 것은 서민생활 직결물가만큼은 어렵사리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육류가격이 많이 올랐어도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아직 미국보다 저렴하며 대중교통 비용도 선진국과는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구조적인 고물가 요인을 치유하지 않는다면 당장 발등에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산불을 낼 수 있는 불씨는 잠재울 수 없다. 중국 정부가 단기 물가관리 보다는 유통구조 개선과 세제개혁을 강조하는 이유다.
중국발 고물가 전염권에 있는 한국은 할 일이 많다. 당장 ‘차이나플레이션’ 차단에 힘써야하고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도 정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박한진/KOTRA 베이징부역관 부관장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으로, 한국외국어대 중국정치경제학 석사 과정과 상하이 복단대학 기업관리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중국전문가포럼 위원, 충청남도 중국 전문 국제자문역,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중국어교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중사과학학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성기영의 경제투데이> 등에서 중국 경제를 해설하고 프레시안 ‘중국탐구’ 코너 등 여러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출간한 <10년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 등 13종을 집필했고, <화폐전쟁> 1, 2편과 <화폐전쟁, 진실과 미래>를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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