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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플라톤과 오웰의 사이

[2011-12-16, 11:49:46] 상하이저널
날카로운 사회비평으로 유명한 촘스키(Chomsky)는 유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트 러셀(Bertrand Russell)과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의 저서 ‘언어에 대한 지식(Knowledge of Language)’의 4장, 5장에서 두 가지 문제를 다루는데, 이는 ‘플라톤의 문제(Plato’s problem)’, ‘오웰의 문제(Orwell's problem)’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플라톤의 문제는 “우리에게 제한된 자료밖에 없는데도 어떻게 그만큼 많이 알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고,

오웰의 문제는 “인간은 접근할 수 있는 그렇게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아는 것이 없는가”에 대한 설명입니다.

플라톤의 문제는 러셀이 주목한 인간 이성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타고난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경험을 지식으로 바꿔내는 인간 이성의 무한한 확장을 의미하지요.

반면 오웰의 문제는 인간의 인식조차 사회의 틀 안에서 걸러지고 심지어 조작될 수 있음을 경고한 부분입니다.

정치적인 해석의 오웰의 문제를 학습의 영역으로 가져와오면 오웰의 문제는 주변에 아무리 배움이 넘쳐나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를 인식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자발적인 주의가 없어도 주변의 자극을 통해 무의식적 학습이 가능한 생후 12개월 무렵의 아기들과는 달리 청소년이나 성인은 내적인 동기에 의한 자발적인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학습이 효과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언어능력과 이성을 갖추고 있더라도 의식적으로 몰입하지 않으면 단기적인 기억은 가능해도 완전히 숙지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집중과 몰입이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정향 반응’ 즉 갑작스러운 자극에 관심을 가지도록 고안이 되어있는데,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붙잡혀 있습니다.

얼핏 보면 첨단기기들이 새로운 배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 영역을 확장시켜주는 듯 보이지만, 오랜 시간의 과도한 자극은 뇌를 멍한 상태로 만들어 집중력에 꼭 필요한 도파민을 스스로 생성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스스로 도파민을 생성하지 못하다보니 도파민을 얻기 위해 뇌는 더 많이 외부자극에 의존하게 되면서 기능을 잃어갑니다. 모 방송의 뇌와 관련된 다큐멘터리에서는 게임을 하는 아이의 뇌파가 치매환자의 뇌파와 같음을 보여주어 부모들에게 충격을 준 적도 있지요.

타고난 언어능력과 훈련된 이성의 힘으로 무한하게 배움을 확장할 수 있는 인간은 환경에 따라 배움의 힘을 강화할 수도 있고 배움의 힘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플라톤의 문제’와 ‘오웰의 문제’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면 어떻게 다시 배움에 대한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그의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제안한 몰입의 세 가지 요소에서 현답을 얻어보겠습니다. 첫째는 정확한 목표입니다.

눈에 보일 정도로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여 원하는 바를 상상 가능하고 만져볼 수 있을 듯하게 이미지화하는 것이지요. 둘째는 활동의 효과를 즉각 확인시켜주는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 두 번째를 경험하지 못해 배움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지게 되는데, 목표설정을 한 뒤 작더라도 구체적이며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여 배움의 훈련이 강화되도록 부모나 교사가 지도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난이도와 실력의 균형입니다.

날마다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수준의 것이어야지 과욕이 앞선 과제는 실현가능성도 없고 지속적일 수도 없습니다. 꼭 배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녀나 형제의 이야기를 듣는다던가, 요리를 하는 등의 작은 일부터 몰입을 연습하여 자발적인 주의력을 길러보세요.

ⓒ 상하이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려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 Cardiff Language School에서 3년간 근무했다. 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에서의 영어교육학 석사취득, Colegio Real de Minas (Mexico)에서 근무하며 다문화와 영어교육에 대한 평생 화두를 얻었다. 현재 SETI에서 6년째 TOEFL, SAT, Literature 강의를 맡고 있다.
arimaha@naver.com    [김아림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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