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방학은 한국보다는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이런 저런 계획들을 세웁니다. 방학 중에 아이들에게 방학 전 세운 계획들은 잘 되어가냐고 물어봅니다. 뭘 쑥스럽게 그런 걸 물어보느냐는 표정들이 대부분이지만요.
계획을 세우는 일은 달콤합니다. 마치 복권 한 장 사두고 이미 당첨된 사람마냥 희망을 계획하는 일과 같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동안 마치 이미 목표한 바가 달성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계획을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흔히들 말하는 ‘의지’란 게 필요한데, 그 ‘의지’를 세운다는 게 로또 당첨보다도 힘든 일 같습니다. 의욕적으로 잘해보고 싶었는데,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 자괴감에 쌓여 계획을 세우는 일조차 지겨워집니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세우는 많은 생활/공부 계획은 습관의 개선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성취를 맛보려면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나이 수만큼 역사를 같이 한 뿌리깊은 습관들을 바꿔야 하니, 도통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어 공부를 매일 저녁 한 시간씩 하겠다고 하면, 저녁에 매일 세 시간씩 TV를 보던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습관이 단 한 번에 개선되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생활/공부 계획을 세울 때,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계획에 서서히 적응되는 기간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획을 세울 때는 첫째, 어떻게 하겠다라는 결과중심보다는 그 결과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둘째, 그 과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본다는 건 계획을 진행하는데 있어 유혹이나 방해가 될만한 나의 생활/공부습관을 파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굳은 결심을 할수록 유혹은 더 강해지는 법입니다. 때문에 계획에 방해될만한 요소에 어떻게 대응할 지 미리 예상하고 연습해봅니다.
예를 들어 저녁 9시마다 야식생각에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8시부터 9시까지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한 뒤 9시 즈음에는 산책을 나간다 던지 하는 것이지요. 이는 미리 실패의 가능성은 최소화하고, 성공의 경험은 누적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계획실천에 성공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신감은 물론, 자존감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성공 가능한 계획을 디자인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계획 실천 과정을 구체화, 세분화한다는 것은 계획대로 실천하는 것이 습관이 되기 전까지 단계별로 중간 계획을 세워 목표량을 점차 올리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하루를 정리할 때 계획을 위해 어떻게 시간이 투자되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의 가계부’를 써보는 것은 계획 달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루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솔직하게 기록하는 ‘시간의 가계부’를 써보면 자신의 생활 패턴이나 습관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고, 미처 몰랐던 귀한 자투리 시간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계획을 위해 시간이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계획이나 생활 습관을 조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자녀가 아직 어려 계획세우기를 도와주시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결과 중심으로 계획을 달성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에 적극 협조해주세요. 되도록이면 부모의 생각이나 판단으로 계획 세우기 과정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계획을 실천하는데 유혹 혹은 방해가 되는 요소를 줄이는데 적극 협조해주고, 꾸준한 점검이 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는 수준에서의 도움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건 습관입니다. 습관이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우리에겐 사소하지만 유익한 좋은 습관들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이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습관으로 개선해야겠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계획하고 실천하여 성공하는 패턴이 긍정적인 경험으로 누적되어 좋은 습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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