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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생일선물

[2012-02-17, 21:14:41] 상하이저널
지난 연말에 카카오톡으로 ‘나이 한 살’이라는 취소/교환/환불이 불가한, 1월 1일에 도착예정인 특별 상품을 ‘주름’과 함께 이웃의 동생으로부터 배송 받았었다. 큰소리로 웃을 수 밖에 없는, 받지 않을 수 없는 선물이었다. 그리고 어제, 딸아이가 이 한 살을 더하는 기념으로 생일 선물을 사주겠다며 시내에 가자고 했다. 비가 내려서 가까운 쇼핑몰에 가자고 했더니 이 동네에서만 맨날 맴돌지 말고 기분전환도 할 겸 길을 좀 나서 보자 했다.

그리고 딸아이가 예쁜 목걸이, 장미 골드 목걸이를 사줬다. 부담없이 편하게 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자기 용돈을 모아 사주는 걸로는 꽤나 비싼 고가품인데도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서 선뜻 그 동안 모은 돈을 꺼내는 손이, 마음이, 이쁘고 대견스럽고 고맙고 또 정말 고마울 뿐이었다. 평상시엔 “쓸데없는 것에 돈 쓰지 마라” 늘 잔소리만 늘어놨었는데, 그리고 딸아인 엄마한테 “어떡하면 조금이라도 더 용돈을 받아낼까” 궁리만 하는 줄 알았었는데. 마음 한 끝이 찡하긴 했어도 정말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건네 받고서 하루 종일 잘 걸려있나 만져도 보고 간간히 거울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평상시에 목걸이를 즐겨하는 편이 아니긴 하지만 이젠 늘 내 곁에 두고서 챙기고 싶은 게 하나 생긴 것이다.

내 나이, 39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공항으로 향하던 택시가, 내리막길에서 다른 차를 피하느라 급정차하는 바람에 뒷좌석 가운데 앉았던 난, 가벼운 뇌진탕으로 한동안 목이 아파 고생을 했었다. 그리고 또, 괜시리 어지럽기 시작하더니 몸 어디에선가 출혈이 되고 있어 갑작스런 병원 신세도 지게 되었었다. 간단한 수술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이 ‘업친 데 겹친 격’이라 꽤나 마음이 허해지고 있었다. 주위에선 ‘아홉수’라고,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위안의 말들을 했었지만, 내 정신과 육체는 날로 날로 허약해지고만 있었다.

그때, 남편이 목걸이를 선물해줬었다. 아~ 정말 기뻤었다. 물질적인 것이었지만, 그 반짝이는 목걸이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난 다시 힘을 내서, 용기를 내서, 중국어를 공부하러 아침 일찍 가방을 짊어지고서 상해사대로 씩씩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목걸이는 지금 없다. 남편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길에서 잃어버렸다. 아니, 소매치기를 당한건지 기억이 없다. 남편은 속상해하는 나에게 잊어버리라 했지만 난 한동안 미안함 마음이 가시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당시 그 목걸이는 확실히 나에겐, 새로운 힘의 화신이었었다.

딸아이가 나의 이런 얘기를 알고 있진 않을 터인데, 난데없이 왜 목걸이를 생일선물로 주려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주름져가는 엄마의 목을 조금이나마 반짝이게 해주고 싶어서였을까? 거울을 들여다 볼 때마다, 주름져가는 이마에서 반짝이는 목으로 시선을 비켜 주고 싶어서였을까? 물론, 전부 다 내 생각이다. 딸아인, 그냥 평범한 한 가지 일상의 생일 선물을 해줬을 뿐인데, 나만 괜히 내 마음을 위안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목걸이 꼭 간직하리라. 이제 다신 잃어버리지도 않으리라. 나중에 나중에, 세월이 흘러 흘러, 딸아이에게 이 반짝이는 목걸이 건네주며 지금의 이 마음을 꼭 얘기해주고 싶다. 많이 기뻤다고, 그리고 고마웠다고, 한동안 엄마 마음이 정말 기쁨으로 반짝였다고….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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