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
-명사: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봄.
-동사: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보다.
집안일을 도와주던 아줌마의 시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시면서 본의 아니게 나의 역지사지(易地思之) 놀이(?)가 시작되었다. 느닷없는 통보에 화가 나기도 하고, 아줌마가 없으면 당장 내 몸이 고단하게 생긴지라 듣는 순간 입을 다물어 심기 불편함을 표현해주고 나니 어차피 갈 사람 마음이라도 편하게 보내주자 싶어, “효도도 좋지만, 네 건강도 챙기면서 병간호 해라. 아픈 사람보다 옆에서 간호하는 사람이 더 힘든 거야”라는 말로 위로를 해주니, 아줌마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고마워한다. 한국의 친정 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아버지 곁을 지키시는 엄마생각이 나서 해준 소리였는데 그 말에 진심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몇 달 집안일 걱정없이 지내다가 도와주는 사람없이 집안일을 하려니, 그 동안에 내 마음에 미흡했던 아줌마의 일솜씨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한 거다. 아줌마와 내 입장이 바뀌고 나니 그 사람의 마음이, 그 사람의 입장이 이해가 되니 말이다. 타인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 사람의 입장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긍정의 마음으로 생각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 들어 아들녀석이 하는 말 중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절대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이다. 한참 자기 주장 강하고 세상과 타협이 되지 않는 나이임을 감안 하더라도, 가끔씩 단호한 표정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든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다툼이 생기는걸 알아야 할 텐데 말이다.
요즘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고, 생각할 여유가 없어져 별 일도 아닌 걸로 큰소리가 오가고 주먹이 오가는 동영상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아주 조금만 상대방을 생각하고 양보를 했었더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TV 시사 프로에서 ‘충동조절 장애’라는 진단을 내리며 우리 사회가 일등만을 기억하고, 남과의 경쟁을 부추겨 일어난 일이고, 그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뻔한 결론을 내린다. 사실 나도 할 말은 없다. 우리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보다 좋은 위치에 오르기를 원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니 말이다.
어릴 적 공부하려고 마음을 딱 먹었을 때, 엄마가 “공부 좀 해라”하는 소리를 하면 공부하기 싫어졌던 그 마음을 기억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하게 기다려 줘야 하는 걸까? 내 마음을 비우고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놀이를 해봐야 할까 보다. 그 놀이가 성공적으로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면, 가장 이해해 주어야 하고 내 입장을 이해시키고 싶은 남편과 둘이서 이 재미있는(?) 놀이를 시도해 봐야지…….’ 자기야, 기다려. 우리 재미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놀이 해보자.’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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