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란, 내겐…
아침마다 나를 움직에게 하는 에너자이저.
머릿속의 잡념을 날려버리는 한방의 스트레이트.
나만의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해피바이러스!
아침 8시30분이면 TV에서 흘러 나오는 갖가지 소식들에 귀 기울여 가면서, 한편으론 열심히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나만을 위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 운동복, 양말, 수건도 챙기고 목욕용품, 화장품 가방, 물통, 지갑 등등 소지품을 가방에 가득 채워 넣기 시작한다. 꽤나 무거운 가방인데도 하루 종일,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차를 마시러 갈 때도, 수퍼에 반찬거리를 사러 갈 때도 나의 또 하나의 분신인 양 열심히 짊어지고 다닌다. 나의 소중한 모든 것들이 들어 있기에….
학창시절,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체육과목, 멋진~ 그것도 시커먼 선글라스를 꼈던, 뭔가 신비스러워 보이던, 총각선생님~이면 그나마 기다려졌지만 운 나쁘게도 짜증스런 목소리로 잔소리만을 늘어놓던 멍키선생님(머리 정수리부분에 머리털이 없어 우리가 지은 별명)이라도 걸리면 한 학년 내내 힘빠지던 수업이었다.
체육에 소질도 없고 흥미도 없던 나로서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남편이 늘 운동하라고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 놓을 때도, 심지어 남편의 성화에 못이겨 운동복을 사러 갔을 때도, 난 이쁘고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 색깔만을 고르고 있었다. 속으론 외출 시에도 입을 수 있는 걸로 남편은 실용성을 위주로 정말로 운동을 좀 시켜 볼 목적으로 고르곤 했었다. 나에겐 운동, 운동이란 말이 그냥 ‘소귀에 경읽기’와 같은 것이었다. 사실 난 운동이란 비교적 뚱뚱한 사람들이 살빼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편하고 기능성이 가미된 운동복이 영 맘에 들지 않았었다.
작은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같은 반 아이의 할머니 손에 이끌려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말이 할머니시지 신체나이는 사십대 초반이었던 나보다 훨씬 젊었었다. 운동할 때의 동작도 유연하기 그지없었고, 폐활량도 나보다 훨씬 더 좋았다. 뻣-뻣-한 내 모양새를 보면서 위안의 말을 던지곤 하셨다. 자꾸 자꾸 하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유연해진다면서…. 사실상 난 아직도 뻣-뻣-하다. 너무 늦게 운동을 시작해서 그럴거라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몸이 맘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될 때가 너무나 많아, 아~아~ 신음소리만을 내뱉기 일쑤다.
이렇듯 시작한 운동이 이제 벌써 6년째다. 이젠 정말로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다. 엄마의 건강이 가족 행복의 밑바탕이라고 큰소리 치면서, 부지런히 가방을 메고서 아침이면 집을 나서고 있다. 신나는 음악과 강사의 구령에 맞추어 강사와 같이 “어이, 어이”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온 힘을 쏟아 내는 이들, 나처럼 온 힘을 다해도 헉~헉거리는 이들, 동작이 반박자씩 느린 이들, 절로 웃음이 나올 때도 있지만 제각각 나름 열심히 뛰어본다.
아이들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도 남편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도 모두모두 날려 보내려 두 팔과 두 다리를 있는 힘껏 뻗어본다. 어느덧 온 몸이 땀으로 적셔지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콩닥콩닥 가쁘게 내쉬어지는 숨소리가, 몸은 지치고 입에서는 “아이고 아이고, 힘~들~어!”가 절로 나오긴 해도 운동으로 이렇듯 나의 하루는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되고 있다.
9시 출근 3시 퇴근, 농담 삼아 하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 자신들만을 위한 하루 일과다. 아침의 만남과 동시에 수다를 떨면서 서로서로의 스트레스를 키재기 한다. 들어주는 이가 곁에 있고, 같이 웃어주는 이가 곁에 있어 참으로 좋다.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우리들의 얘기 주머니는 끝이 없다. 매일 같이 붙어 다녀도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우리들의 삶이 하루하루 이어지듯, 내가 매일 운동가방을 챙기는 만큼 우리들의 이야기는 자꾸 자꾸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사소한 얘기들은 서로에게 웃음 바이러스로 퍼지고 있다. 매일 만나도 즐겁다. 거창하고 쇼킹하고 새로운 얘기가 없어도 나에겐 운동친구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안과 행복이 되고 있다.
▷아침햇살(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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