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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큰 아이의 졸업식

[2012-06-21, 10:08:40] 상하이저널
큰 아이가 ‘마침내’ 졸업식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마침내’ 라는 말에 의문을 가질테지만, 그동안 겪은 우여곡절을 생각하면 우리 아들이 너무도 장하게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대학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침부터 서둘러 남편과 작은 아이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찾은 졸업식장에 벌써 많은 학부모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고, 그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신 선생님들께서 입장하시고 까만 졸업가운과 사각모를 쓰고 졸업생들이 입장을 했다. 저마다 밝은 얼굴로 미래에 대한 희망의 가득한 얼굴로 입장을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당당하고 예뻐보이는지 그 아이들이 입장하는 내내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열심히 박수를 쳤다.

교장선생님과 학교 총장님의 연설이 있고, 드라마를 공부한 졸업생 대표의 재미있는 연설이 지나고, 졸업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 하며, 그 아이들의 장점을 말씀하시는 선생님대표의 연설을 들으며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졸업식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생들이 한 명 한 명 무대위로 올라가 졸업장을 받는것으로 마무리된 졸업식…. 그 두어시간 남짓 이 곳 상하이에서 큰아이가 지내온 십여년의 시간이–식상한 표현이지만-그야말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1997년 아빠의 주재원 발령으로 시작된 상하이 생활……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생전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마음을 뺏겨 이곳에 도착해서는,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 유치원에 던져저 중국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한글을 일찍 깨우쳐 책도 많이 읽은 그래서 또래 아이들보다 똑똑하다는 평을 받아오던 아이가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중국 유치원에서 느꼈을 외로움과 좌절이 이제야 새삼 느껴졌다.

유치원 공개 수업을 하던 날, 선생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를 바라보던 나의 안타까운 눈길을 알아챘던지, 영어 단어를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번쩍 들고 “Water-melon”이라고 대답하며 ‘엄마! 나 해냈어!’하는 눈길로 나를 쳐다보던 아이의 모습. 아빠가 발령을 받아 다시금 한국에 돌아가니, 그렇게 잘하던 중국어를 절대로 입 밖으로 내놓지 않던 아이. 2000년 다시 상하이에 와서 한국학교에서 2년 정도 공부하고 중국학교로 옮길 때, 중국 학교 입학처에서 외국아이들은 성적이 좋지 않으니, 나중에 반평균에서 너희 아이의 성적은 빼고 계산될것이라는 그야말로 ‘조건부 입학’을 허락 받고 입학한 중국학교를 2년만에 1등으로 졸업하며, 학생대표로 졸업식 연설을 했던 아이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 때 “네 성적을 빼고 너희반 성적을 논하지 못하게 만들자. 아들아!” 라고 말했던, 그시절엔 그것이 격려라고 생각했던 나의 어리석음도 떠올라 부끄러워진다. 그 후로 아이는 어렵지 않게 시험을 치뤄 국제학교로 진학을 해서 중국학교와는 사뭇 다른 학교 분위기와 선생님들의 수업 방식에 적응를 하고, 10학년이 되면서 미국학교로 옮겨 다시한번 새로운 환경에서 좋아하는 클럽활동을 하며, 나름의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해나가던 녀석……. 생각지도 못했던 병마에 시달리느라, 동기 아이들 보다 1년 늦게 졸업을 하는 그러나 누구보다 당당해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금 이 졸업식장에 비록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하는 우리식의 졸업노래는 들리지 않지만, 밝은 얼굴로 사각모를 던지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 큰아이의 미래가 겹쳐 보이는 듯 하다.

“마침내 졸업을 하네요”라는 나의 인사에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어요. 이 아이는 앞으로 정말 행복하고, 밝은 미래를 살 거예요”라고 대답해 주시던 한 선생님의 대답이 축복으로 다가온다.

아들! 사랑해! 고생 많았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 힘내자고!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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