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내리쬐는 한 낮이면 민소매 윗옷에 반바지만 걸치고 다녀도 땀이 흐르는 여름이 왔다. 그런데 이런 날씨에도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아이들이 있죠. 콧물 범벅에 열까지 오르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님들은 안타깝다가도 ‘아니 한 여름에 웬 감기일까?’하고 의문을 가지기도 하실 텐데요. 보통 감기는 찬 기운이 들어서 생기는 ‘겨울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감기는 더운 기운, 찬 기운 모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아이 감기의 원인을 잘 파악하여 이에 따른 생활 관리를 해주고, 기를 보충하여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여름 감기 대책의 기본이 된다.
서병(暑病), 더위를 먹어 생기는 여름 감기
한방에서는 여름에 더위를 먹어 걸리는 감기를 ‘서병’(暑病)이라고 한다.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곧 몸이 열기에 취약하다는 뜻인데요. 원래 여름이 되면 더운 열기에 진액이 마르고, 속의 양기가 겉으로 몰리기 때문에 속은 차가워지게 마련이다. 기가 충분한 사람의 경우 외부 온도 변화에 빨리 적응하여 부족한 진액을 만들고 속의 양기를 적절히 유지하여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원기가 부족한 경우 찬 음식, 찬 음료수를 자주 먹어서 속이 차가워지면 몸이 열기에 취약하여 그리 높지 않은 더위에도 진액이 손상되고 면역력이 약해진다. 이런 상태에서 세균,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쉽게 감기에 걸릴 수 있는 것이죠. 서병에 걸리면 호흡기가 건조해져 얕은 기침을 많이 하고, 갈증이 나서 계속 찬물을 찾곤 한다.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으며 열이 많이 나게 된다.
상한(傷寒), 찬 기운이 들어와 생기는 여름 감기
기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찬 기운을 접하면 ‘상한’(傷寒)이라는 감기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여름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으로 인해 몸에 한기(寒氣)가 들어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데요. 더운 날씨에 열려 있던 모공으로 찬 기운이 밀려들어가서 생기며, 이를 냉방병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름에 나타나는 상한은 단지 찬 기운만의 영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찬 기운과 더운 기운이 가져오는 ‘온도차’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여름철 우리 몸은 더운 외부 기운과 차가운 기운(에어컨, 선풍기, 찬 음식, 찬 음료 등)으로 인한 급격한 온도차를 수시로 접하게 된다. 이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 세균 등의 나쁜 기운(邪氣)이 쉽게 몸 안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상한에 걸리면 오한, 두통 등이 나타나며 맑은 콧물이 생깁니다. 경우에 따라 깊은 기침과 가래도 나타나기도 한다.
속을 덥히고 양기를 보강하는 여름 건강관리가 필수
속이 차고 기력이 없을 때는 삼계탕, 강황이 든 카레 등 양기를 보강하는 음식을 먹도록 한다. 인삼, 맥문동, 오미자가 들어간 한방건강음료인 생맥산도 여름철 진액, 기력 보충에 큰 도움이 된다. 몸이 체질적으로 냉하거나 찬 음식을 많이 찾는 아이는 따뜻한 꿀차나 대추차, 생강차를 먹여 속을 데워주는 게 좋다.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는 오미자, 매실차를 권한다.
에어컨은 최저 26˚C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사용한다. 은행, 학원 등 에 어컨이 강한 곳에 갈 때는 얇은 가디건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필터는 세균이 잘 번식하는 장소이므로 정기적으로 깨끗이 청소하고, 실내 환기를 자주 해주어 신선한 공기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
▷조재환(상해함소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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