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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불편한 만남

[2012-09-05, 11:48:55] 상하이저널
스텝운동을 하다가 왼쪽 허리 부분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근육이 순간적으로 뭉친거겠지…’ 무심히 지나쳤다. 다음날부터 앉고 일어서기가 힘들어졌다. 사나흘을 그냥 견뎠다. 걸어다니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어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다 침을 맞기 시작했다. 처음엔 효과가 있어 보이더니 왠걸 사흘 정도 지나자 통증이 더 심해졌다. 이웃언니와 함께 다른 병원을 찾아 CT촬영을 해보니 디스크가 돌출되어서 그렇단다.

상하이에 온 이래로 매년 여름방학이면 한국을 다녀왔었다. 여름이 너무 지리하게 길기도 하고, 그나마 마음 편히 보름 정도를 보낼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해서. 이번 여름은 움직이기 싫어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다. 홀로 지내시는 아버지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지만 6월에도 다녀왔고 런던 올림픽에 하루하루의 지루함을 덜 느끼시는 것 같아 ‘가을에 한번 다녀오지 뭐’ 이러면서 개학 날을 기다리고 있던 터에 허리통증이 시작된 거다. 아버지에게 다녀와야 할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었듯.

척추전문병원에 가니 환자들이 대부분 다 나이드신 분들이었다. 지방에서 오느라, 예약시간보다 늦어 혹여 진료를 받지도 못할까봐 안절부절 하시는 분,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아 간호사를 계속 붙들고 있는 분, 나처럼 MRI나 CT 촬영 결과에 마음 졸이고 있는 사람들…. 난 사실상 MRI 말만 들어봤지 촬영은 처음이었다.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귀마개를 하고 누워서 20분 정도 촬영을 했다. 하나하나 뼈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했다. 난 척추5번과 6번 사이의 막이 찢어져 있었다. 그래서 염증이 생겨 아픈거라고 신경주사요법과 약물요법이 주어졌다. 다행히 심하지 않아서 주사도 한번만 맞으면 될 거 같다고 했다. 부분 마취를 하고 주사를 맞았다. 그래도 순간, 아파서 악~ 소리가 나도 몰래 나왔다.

마취가 풀릴때까지 회복실에 누워있는데,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달에 한 번씩 와서 이 신경주사를 꼭 맞는다는 할머니. 꽤 비싸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옆에선 ‘너무 자주 맞으면 안좋다던데’하는 말도 들렸다. 당신들 보다 조금은 젊어 보이는 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병원에선 어딜 가든 대화가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서로에게 동질감만 있을 뿐이니까.

지방에 계신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몸이 좀 어떠냐고? 움직일만 하냐고? 모스크바에 가 있는 동생이 회의 차 본사에 온 김에 아버지께 잠깐 들른다고. 나도 빨리 올 수 없냐고 조심스레 물으셨다. 서로 외국에 나와 있다 보니 1년에 한번 보기도 어려운지라 나도 서둘러 아버지곁으로 내려갔다. 버스안에서 몸을 어떻게 가누어야 될지 어떤 자세를 취해도 편하지가 않았다.

외곽으로 이사를 한 아버지 집으로 가는 길가엔 배 밭이 쭉 펼쳐져 있었다. “아! 정말 많이 열렸네요!” 감탄하면서 지나갔다. 정말 맛있겠다. 그러나 나중에 태풍 볼라벤이 다 휩쓸어갔다. 정말 그 장면이었다. 내가 감탄하면서 지나갔던 그 배 밭, 경남 진주 문산의 그 배 밭이 아수라장 된 모습을 TV뉴스에서 보도하고 있었다. 또 한번 아~~아~~가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그칠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난,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 둘은 상하이에서 준비해 간 차를 고구마와 곁들이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재해민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했지만.

아버지가 지금 살고 계시는 고향 진주는 지리산이 재해를 다 막아준다 한다. 비도 눈도 다 막아준단다. 아버진 늘 말씀 하신다. 정년 퇴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온게 너무나 잘한 거 같다고. 아버지는 고향 진주를 ‘하늘의 축복을 받은 도시’라 생각하신다.

삼천포, 사천 바다도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진양호 댐이 있어 수원도 부족하지 않고, 무엇보다 멋지고 듬직한 지리산이 가까이 있어, 아름다운 계곡도 자주 눈에 담을 수 있다고. 태풍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에겐 이루 말할 수 없는 미안함이 많지만 당신 자신이 이 곳 진주에 사는 것이 너무 다행스럽다고 그리고 은근히 내비치신다. 너희들도 여기와서 살아보라고. 이 곳처럼 다 갖춘 곳을 찾기 힘들 거라고. 큰 동생은 벌써부터 노후를 고향에서 보낼까 이것저것 알아보려하고 있다고… 어쨌든, 조금은 불편한 만남이긴 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허리 통증이 마음 한 켠에서의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리움을 풀게 해주었다.

▷아침햇살(sha_bea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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