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시, 한국인 거리응원 자제 요청
'월드컵 응원 실내에서, 그러나 더욱 강렬하게'
올해 상하이에서 월드컵을 응원하는 교민들에게 '대~한민국!'을 외치는 기회가 순순히 올 것 같지는 않다. 공안당국이 월드컵 기간에 예정됐던 '떠들썩'한 응원 기획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안의 요청은 대다수 월드컵 경기가 적막한 새벽에 열리는데다, 자국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회에 외국인들이 거리서 함성을 지르는 풍경을 마뜩찮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이의 경우 중국 정부가 준비에 만전을 기울이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일정과 맞물려있어 공안의 눈초리가 타 도시보다 예민하다.
이에 따라 당초 수백명 이상의 교민을 동원해보려 했던 굵직한 행사들이 연달아 취소되고 있다. 상하이 한국상회(한국인회)는 월드컵 경기 관련 야외행사를 자제해달라는 시 공안당국의 요청에 따라 上海体操中心에서의 1천명 단체 응원 계획을 접어야 했다. 자연스레 한국상회(한국인회)에 장소 대여를 의뢰했던 상총련의 계획도 백지화됐다. 한국상회(한국인회)는 그러나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고, SCO가 폐막한 시점에는 공안 분위기를 살펴 재기획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베이징에서도 한국 유학생회가 역시 주중 한국대사관의 자제 요청에 따라 준비중이던 길거리 응원 등 모든 단체응원 계획을 취소했다.
공안의 사전 제동에 상하이 교민들은 중국 정부가 좀더 관용적이었으면 한다면서도 충분히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대규모 야외행사는 으레 공안당국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SCO를 앞두고 시정부가 과연 그것도 새벽에 수백명이 함성을 질러대는 상황을 묵인하겠냐는 것. 이래저래 상하이에서의 월드컵 응원은 실내 개별 응원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쉬쟈후이의 한 스포츠 바에서 모이는 온라인친목동호회 '하이 상하이'나 대형식당에서 가족동반 응원을 펼칠 계획인 축구동호회 FCSC 등 수많은 모임들은 일찌감치 '실내로' 눈을 돌렸다.
비록 장외응원은 물 건너 갔지만 2002년 이후 대형요식업체 및 스포츠 아이템의 업체들이 많이 늘었고, 이들의 월드컵 기획능력이 향상된 점. 또 각종 동호회 급증으로 응원파트너 찾기가 한결 쉬워진 점 등에 위안 삼을 만하다. 한편 재외공관 측은 지난 대회기간 구베이 등 교민밀집지역에서 한국인들의 '요란한' 응원으로 인한 중국인 민원사례도 있었다며 올해 신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선도적인 응원문화를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정양진 한국상회(한국인회) 사무총장은 "실내에서 조촐하게 응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타국임을 잊지 말고 중국 법을 준수하면서도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선진적 응원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현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