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영정상화를 선언한 지 2년여가 지났다. LH는 그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부채 규모를 크게 줄였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LH의 부채는 여전히 13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불경기 여파로 향후 부채를 줄일 방안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을수록 손해라는 임대주택 사업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LH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 LH 부채, 줄었다지만 여전히 천문학적 액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09년 10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돼 출범했다. 통합 당시 자본금 30조원은 정부가 출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다.
LH는 기업 특성상 세종시처럼 국가에서 진행하는 각종 개발 사업, 혁신도시 사업 등을 도맡아 진행해왔다. 특히 전국 434개 사업장에서 진행한 각종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LH의 부채규모는 1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준까지 늘어났다.
LH는 이지송 사장 취임 이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부채규모 줄이기에 매달렸다. 그 결과 지난해 LH는 420조원이 넘는 사업 규모를 재조정했다. 또 지난해 원금 11조원을 갚았고 매년 20조원씩 늘어나던 금융부채가 지난해 6조원 늘어나는 데 그쳐 경영상태가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는 뼈를 깎는 노력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이 많았다. 2009년 이후 3년 연속 임직원들의 기본금이 인상됐다. 지난해에는 300만원 인상돼 평균 연봉이 4700만원이었다. 또 작년 경영평가 상여금으로 직원 1인당 1285만2000원을 지급했다. 직원들은 2010년 기념품비에 9억8000만원, 작년에는 13억을 사용했다.
올해 말까지 정원 초과 인력은 702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반해 연봉 1억원 가까이 지급해야 하는 비전문가 부사장을 영입한 행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작년 LH의 재무상황이 건전화된 것이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으로 임대주택을 재평가해 자기자본이 4조원가량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매출이 15조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 상황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지난해 빌린 돈은 89조7740억원으로 5배나 많았다. 일정 부분 빚을 갚았다 하더라도 부채 규모가 여전히 130조5711억6500만원으로 워낙 많다 보니 하루에 이자가 100억원씩 발생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H는 매년 7000억~8000억원 가량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준 시장형 공기업이기 때문에 부채를 정상화하지 못할 경우 결국 부담은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할 수 있다”며 “LH는 실현 가능한 부채 감축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을수록 손해인 임대주택, 해결책 강구 없이 ‘모르쇠’
LH 재정난의 가장 큰 원인은 임대주택 건설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문제인 임대주택 건설 방식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H는 비상 경영 및 사업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전체 사업에서 79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이뤄냈지만, 임대주택 사업에서만큼은 7049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임대주택 사업의 지난해 전체 매출(735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짓는 만큼 손해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건설을 늘리겠다고만 공언하고 있으며, LH도 별다른 대안 없이 적자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LH 이지송 사장은 지난달 기자들을 만나 “임기를 마치기 전 임대주택의 질과 양을 높이겠다”며 “전체 재고주택 대비 임대주택이 현재 4.5% 수준이지만, 10%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LH는 공공분양을 통한 수익으로 임대주택 건설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워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보금자리주택도 미달이 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현재의 재정난을 더욱 줄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지송 사장도 임대주택 문제에 대해 “이미 보유한 임대주택 보유 자산이 36조원인데 운영적자만 매년 5000억원이 넘는다”며 “정부와 LH는 임대주택 건설 및 운영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공공이 임대주택을 다 지으려고 나서니 예산이 부족하고 빚지게 되는 것”이라며 “현재의 임대주택 공급계획은 LH가 빚을 내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이기 때문에 나중에 또 다른 암초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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