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방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거권이 있는 재외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통령선거의 등록신청 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말 막바지이고, 그동안 해외 현지 홍보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찾아서 했지만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 등록신청자수를 보면서 미력이나마 재외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돕는데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이 글을 씁니다.

재외국민참정권, 입법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돌이켜보니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 참정권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한지도 5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습니다. 재외국민들이 모국 대한민국의 선거에 참여할 길을 만들어 놓지 않은 당시의 선거법이 사실상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그리고 국회가 2009. 2월에 입법을 하여 재외선거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재외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를 걱정하였기 때문에 1년 반 동안의 입법과정을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선거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동안 오직 재외국민들의 소중한 참정권을 자유롭고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제도개선을 주문했고, 선거를 준비했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재외선거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구현하기 위해 입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 치렀던,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던 19대 국회의원선거

전 세계 158개 재외공관에서 처음 치른 재외선거를 부끄럽지 않게 관리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우려했던 투표과정에서의 사건과 사고도 없었고, 불법선거운동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해외 현지에서는 뜻있는 분들이 재외선관위 위원으로, 투표사무원으로 그리고 자원봉사자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필자는 이것이 우리 재외국민들의 힘이고, 우리민족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아쉬움이 있습니다. 12만3,571명이 신고 또는 신청해서 5만6,456명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투표율이 국내에서 추정하고 있는 재외선거권자의 2.53%라는 수치로 나타나니 정확한 재외국민 통계도 없고, 또한 거리상 도저히 공관까지 올 수 없는 재외국민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참여율이 너무 낮다고 말합니다. 제도가 참여하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 낮은 투표율의 주된 원인이 되었지만 필자는 이것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없습니다.

18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들의 힘을 보여줄 기회

12.19일 실시되는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외국민들은 12.5일부터 12.10일까지 6일이내의 기간 중 공관에서 투표하게 되지만, 우선 10.20일까지 영주권자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단기체류자는 국외부재자신고를 해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등록과 투표를 위해 공관을 두 번 방문하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국회는 최근 선거법도 고쳤습니다.

당장 이번 대선부터 누구나 지역을 순회하는 공관직원에게, 혹은 공관 이메일로도 등록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구성원을 대리해서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줄곧 주장했던 추가투표소 설치 등 투표방법이 개선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지만, 해외에서 그것도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재외선거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아지리라 확신합니다. 지난 국회의원선거가 끝난 후 일부에서는 단지 참여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재외선거 무용론, 폐지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면 이런 주장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랜 기간 이 업무를 담당해 온 필자로서는 무척 자존심이 상하고 답답한 일입니다. 국민의 권리를 함부로 말하고, 기본권을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선거는 참여할 때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지역은 넓은데 공관에서만 투표하도록 하고 있어 투표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재외국민들께서 이번 대선에 꼭 참여하여 여러분의 나라 사랑하는 모습, 그리고 재외국민들의 힘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재외국민 모두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선거국장 정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