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진출 20년째를 맞은 삼성전자가 현지 시장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財新)이 보도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중국 현지시장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교류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거리(格力)와 하이얼(海爾) 등 토종 가전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첫 지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 1992년이다. 차이신은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진출 첫 단계부터 기업 활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각 성이나 성이나 시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쌓아나가는 한편 지역 사회공헌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였으며, 경영면에서도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임원들을 전진배치하고 우수한 중국인 직원들을 한국으로 보내 교류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중국 시장은 삼성전자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6억달러를 포함해 1992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에 총 106억달러를 투자했다. 올해에도 21억6000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으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톈진시에만 십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방정부로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글로벌기업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가장 중국 시장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한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막대한 인구의 중국 시장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 시장은 20년전 삼성전자가 진출했을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토대로 중국 토종 후발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TV에서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독보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의 경우 점차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 현지 시장분석업체 차이나마켓모니터에 따르면 냉장고의 경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올해 1~3월 2.17%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기간 3.25%에서 더 줄었다. 반면 하이얼이 1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기도 삼성전자가 지난해 같은기간 2.77%에서 1.84%로 점유율이 위축됐고 하이얼은 29%에 이르렀다.
현지 기업경영컨설턴트인 류부천은 “삼성전자가 대도시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이 실수였다”면서 “중국 현지 경쟁업체들이 중소도시나 교외지역의 가전시장을 장악하도록 틈을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본사 요직에 중국인 임원을 영입하기를 꺼려했던 것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장원기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은 “고위급 업무를 맡은 중국인 임원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중국본사의 경우 임원의 70%가 중국인이며, 이는 2년 전만 해도 20%였던 것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차이신은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중국인 전현직 직원들을 인용해 일부는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혁신에 끌려 계속 일하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자신의 커리어가 정체되고 있다는 판단에 떠나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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