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중국에서의 '한류(韓流)'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19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송프로그램 견본시인 '상하이 국제방송영상견본시 2006'(STVF 2006)이 열리고 있는 상하이(上海) 국제엑스포센터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여기저기서 감지됐다.
최근 중국 정부 당국이 한국 드라마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STVF 2006' 행사에 참가한 국내 방송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의 진의 파악에 주력하면서도 "이제는 '한류'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MBC 민완식 해외사업팀장은 "이미 3월에 중국에서 한국 프로그램 심의를 안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한국 드라마 수입을 안 한다'고 말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심의를 해태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국 드라마 수입을 중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 팀장은 "올해 STVF에서는 중국 현지 바이어들의 '딜 메모'(프로그램을 공식 계약하기 전에 맺는 일종의 사전계약)가 30% 정도 현격하게 줄어드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STVF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국내 방송 관계자들은 중화권에서 이처럼 '혐한류(嫌韓流)' 내지 '반한류(反韓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데는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국내 판매업자들의 과도한 프로그램 가격인상 경쟁과 상대국의 문화적 자존심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판매 행태가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이효영 수출사업 2팀장은 "중국에서 드라마 '대장금'이 대히트를 친 이후 벌어진 과도한 한류 홍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하여금 문화적 위협을 느끼게 해 한국 드라마 수입 보류라는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류 드라마가 최정점에 와있는 대만 등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과도한 프로그램 가격인상 추세도 한류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대로 된 드라마 제작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해외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만 등에서는 한국의 인기 드라마를 구매하려면 비인기 드라마를 같이 사야만 하는 소위 '끼워팔기'나 상대편이 울며 겨자먹기로 살 수밖에 없는 입장을 악용한 '바가지 가격' 등으로 피해를 입은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들의 혐한류 정서가 위험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겨울연가'와 '대장금' 이후 이렇다할 히트 드라마가 나오지도 않는 상태에서 한류 분위기를 등에 업고 내용도 출연진도 시원치 않은 '부실 드라마'까지 높은 가격에 팔아먹으려는 일부 한국 판매업자들의 행태가 이 같은 반한류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STVF 참가자들은 전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은혜정 해외사업팀장은 "한류는 우리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귀중한 자산인 만큼 눈앞의 이익만 보고 접근해서는 안된다"면서 "프로그램의 더욱 완성도를 높이고 판매업자도 합리적 가격을 책정하는 등 이제는 다시 한류 초기 때의 겸허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