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은 동지다. 예로부터 동지(冬至)는 작은 설날이자 1년의 시작으로 여긴다. 설날 떡국을 먹으면 1살을 더 먹는 것처럼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1살을 더 먹는다고 하며, 동짓날의 날씨로 1년 농사를 예측하기도 할 만큼 동지는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를 가진 날이다.
동지를 기점으로 ‘양기’ 점점 자라나
동지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낮과 밤을 음양(陰陽)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낮은 양기(陽氣)이고 밤은 음기(陰氣)다.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와 비교하자면, 태양복사에너지가 하지 때 100%라면 동지는 하지의 49%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도 팥의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지는 말하자면 음기(陰氣)가 가장 성한 날인 것이다.
그러나 동지가 가장 음기가 강한 날이라고 하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동지 이후에는 양기가 점점 많아진다는 뜻이다. 낮과 밤의 길이를 놓고 보자면 동지를 계기로 해 점점 길어지던 밤(음기)이 기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낮(양기)이 처음으로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일양지기(一陽之氣)가 생기는 날’이라고 말한다.
매서운 추위 속, 양기 돌봐야 아이 건강 지켜
그렇지만 동지가 지난다고 해서 바로 겨울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동지를 지나면 이어지는 절기인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은 1년 중 가장 추운 날이기도 하다. 동지에 생기기 시작한 따뜻한 어린 양기(陽氣)가 이어지는 강한 추위에 의해 손상되면, 아이는 찬 기운을 제대로 이기지 못하고 감기를 달고 사는 경우가 많아진다.
특히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은 찬바람에 민감해 겨울철 내내 감기나 혹은 비염, 축농증,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소화기가 약한 경우에는 감기 끝에 장염이 쉽게 생기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아이가 겨울 찬바람에 감기나 배앓이를 덜하게 하려면, 동지에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양기의 싹을 엄동설한에 다치지 않도록 잘 보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쑥뜸 치료로 몸속에 양기 불어넣자
동의보감에서는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이라 해서 치료의 순서를 첫째 침, 둘째 뜸 셋째는 약으로 하라고 했다. 침이 정체된 기운을 뚫어줘 순환을 돕는 기능을 한다면, 뜸은 양기를 보강해주고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서 찬바람을 이겨낼 힘을 보강해준다. 우선 침과 뜸으로 기혈순환을 돕고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한약으로 약한 장부가 면역력을 보강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이 순서상으로 보면 뜸은 침의 뚫어주는 치료와 약의 보강해주는 치료 사이에서 두 가지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는 치료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양기를 돕기 위한 뜸 치료에는 쑥을 많이 쓰는데, 쑥은 다른 물질보다 훨씬 더 체온과 가까운 은근한 온도로 타는 약재다. 따라서 따뜻한 기운을 부드럽게 보강해 줄 수 있어서 이제 막 생겨나온 여린 동지의 양기를 길러주고 보호하는 데는 제격이다. 겨울의 뜸 치료는 동지부터 입춘까지 양기가 서서히 자라나는 시기에 해주면 여린 양기를 보호하고 잘 길러주게 되므로 이 시기에 가장 많이 권한다.
동의보감에는 “인체의 양기가 충분하면 차가운 기운을 잘 막을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기’는 면역력과 같은 말이라 볼 수 있다. 겨울뜸으로 몸속 양기를 잘 키워놓으면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씨에도 우리 아이의 몸은 다가오는 봄을 느끼며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조재환(상해함소아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