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중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 덤으로 중미지역 미수교국과의 외교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딜(거래)를 추진중이라고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AWSJ)이 21일 보도했다.
중국 최대의 국유 이동통신 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한달여 동안 룩셈부르크 통신회사 밀리콤 인터내셔널 셀룰러를 53억달러에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번 거래는 밀리콤이 영업중인 16개국 가운데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파라과이, 차드 등 5개국이 중국과 외교관계가 없는 상태여서 복잡성을 더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 5개국이 기업 실사작업을 진행중인 중국측 직원들에게 모두 비자를 발급함으로써 차이나모바일은 중미지역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차이나모바일 직원 3명과 은행, 변호사, 회계사가 포함된 15명의 기업 실사팀은 이들 국가중 2곳을 이미 방문한데 이어 이번 주에 나머지 국가들도 방문할 계획이다.
차이나모바일의 밀리콤 인수안은 내주중 베이징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밀리콤은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16개국에 9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통신기업으로 지난 4월 저가의 공급업체,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있는 차이나모바일에 자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M&A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들 중미 및 아프리카 국가에 주재하는 밀리콤 지사장은 차이나모바일의 M&A 계획을 설명하고 중국 직원들을 방문토록 하기 위해 대통령이나 외무장관과 접촉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차이나모바일은 밀리콤의 통신망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대규모의 추가 투자를 이들 국가에 약속했다. 이통통신망을 비롯한 정보통신 시스템의 구축이 이들 개발도상국에 있어 최우선 사항인 만큼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중미 국가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중국은 전세계 180개 수교국이 있음에도 중미지역에선 외교적 열세에 놓여 있었다.
대만은 이들 카리브해 주변 중미 국가를 비롯해 남태평양 도서국, 아프리카 빈국 등 25개국과 수교하면서 외교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 국가에 대규모 원조와 차관을 제공해왔다.
대만 수교국들을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경쟁을 벌여온 중국 외교당국은 이번 거래를 상당히 고무적인 계기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