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수개월동안 이어진 철강석 가격 협상 끝에 결국 중국 철강업체들이 가격 인상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상품가격을 쥐락펴락했던 중국도 가격 결정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20일(현지시간)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철강업체 대표로 가격 협상에 참여해 온 상하이 바오스틸 그룹은 호주 BHP빌리튼과 철광석 가격을 19% 인상키로 합의했다.
바오스틸은 리오틴토와 브라질의 CVRD와도 같은 폭으로 가격을 올리기로 동의하고 각각 21일, 22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빌리튼을 비롯한 이들 세 업체는 세계 철광석의 75%를 공급한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철강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중국 업체들이 이번 가격 협상에서 실패하면서 광산업체 '빅3'의 입지는 보다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및 유럽을 대신해 올해 중국이 가격 협상을 이끌면서 철강업체들은 중국이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 지위를 이용해 가격 협상안을 유리하게 도출해낼 것을 기대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가격 협상에서 실패한 것은 최근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상품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철광석을 비롯한 상품 공급이 빠듯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한달 전 다른 철강업체들이 동일한 인상안에 합의하면서 중국도 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었다.
중국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며 "앞으로 가격 협상은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상품거래소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다른 상품과 달리 철광석은 철강업체와 '빅3'와 매년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철광석 수요가 감소하기 전까지 이를 관철시키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 소재 누미스 증권의 애널리스트 시몬 토인은 "광산업체들이 협력해 이후 가격 협상에 조직적으로 나서면 중국은 이에 대응하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가격은 수급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지 않는다면 내년 철광석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 71.5%의 인상안을 받아들인 데 이어 올해도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서 철강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