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화두는 명상이라고 한다. 명상은 현대의 근원적인 병의 주범인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심신을 안정시켜 몸과 마음을 맑게 해준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피폐시켜 병들게 한다. 그리고 물질만능이 인간성을 말살시키며 경쟁해야만이 살아남는 시스템 속에서 점점 삶의 의미는 잃어가는 것이다.
얼마 전에 ‘찻잔 속에 달이 뜨네’라는 명상관련 책을 읽게 되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좋은 시간이었다. 차를 통한 명상이라 차와 관련되어 중국 속에서 멋있는 풍류를 찾을 수 있을 듯해서 자비선사 지운스님의 ‘차 명상, 왜 해야 하는가’ 책을 소개한다.
우리의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이 속에서 즐거움과 고통이 있고 탐욕과 성냄이 있으며 사랑과 미움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고통과 미움이 왜 생기고 즐거움과 기쁨이 왜 일어나는지 알 필요가 없다.
그러려면 만남과 헤어짐의 진정한 의미를 꿰뚫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의 만남과 헤어짐은 곧 연인관계의 흐름이며 삶의 모든 현상임을 알게 된다. 삶과 죽음을 비롯하여 ‘나’란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지 ‘나’와 ‘남’의 관계란 무엇인지 삶 자체의 본질은 또한 무엇인지를 알게 되며, 나아가 모든 존재의 비밀을 알게 되고 모든 속박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인연의 관계를 꿰뚫어 아는 방법이 바로 명상이며 수행이다. 하지만 수행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한 잔의 차 마심을 통해 접근해 갈 수 있다. 이것이 차 명상이며 또한 자비다선(慈悲茶禪)이다.
물론 차 마시는 것과 수행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차 마시는 것을 수행으로 삼는 것은 차를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차 맛과 혀의 만남, 향기와 코와의 만남, 색깔과 눈과의 만남이 있기 때문에 인연관계의 흐름을 아주 쉽고 가깝게 알아차릴 수 있다.
만남의 뜻을 알 수 있다면 만남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의 흐름을, 그리고 만남은 반드시 헤어짐이 있으므로 헤어짐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의 흐름을 알게 된다. 이는 곧 모든 인간관계의 이치를 깨닫는 방법이다. 과거나 미래의 허상에 매이는 삶에서 현재의 삶으로 깨어나는 것이다. 궁극에는 중국의 이치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차의 색향미를 안다는 것은 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소한 일로 언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경우 대개는 큰 언쟁으로 비화되곤 한다. 이런 경우, 자신이 화를 내고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면 감정을 억제할 수 있고 자신을 조율 할 수 있다.
인연의 흐름을 알아차림이 생활속에서 지속하면 모든 생활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놓치지 않게 된다. 무의식적인 말과 행동이 줄어들고 항상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아는 것이 바로 명상이며 수행이다.
이렇듯이 간단히 차의 빛깔이나 향기 또는 차 맛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차 마심뿐 만 아니라 일상생활로 자연스레 연결되면서 삶이 온전히 깨어 있게 된다. 곧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수행으로 된다. 그뿐만 아니라 죽음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이것이 차 명상하는 의의다.
차 명상이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 있겠지만 차를 마시면서 혀와 목을 타고 따스한 기운이 내려가는 느낌들을 가질 수 있는 여유있는 시간들이 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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