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역사… 치유, 카타르시스, 감동
요즘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TV를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고, 한국영화 또한 DVD샵 출시 전에 어렵지 않게 최신 영화를 구해볼 수 있다. 설연휴 기간 꼭 봐야할 영화 리스트를 작성한 후, 그 중 첫번째로 본 영화가 바로 ‘26년’이다.
전문가다운 영화평, 작품성, 연기력 등을 얘기하고 싶지 않다. 사실 이 영화는 그러한 것들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영화다. 같은 시대를 사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의문부호를 던져볼 법한, 영화를 다 본 후에 그 의문 하나만 남는다 해도 성공적인 영화다.
“그 분은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걸까?”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내 속을 박박 긁는 질문이었다. 현실감 없는 영화소재라면 이 답도 없는 의문에서 금방 빠져 나오겠지만 연휴 내내 나를 옭아맸다. 우리는 이런 나라의 국민이구나, 아직 이런 시대에 살고 있구나….
만화가 강풀 원작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 단죄를 위한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이다.
영화는 1980년 5월에 일어난 광주의 아픔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현재’로 시점을 옮겨 그 날의 비극이 결코 박제된 역사가 아닌,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아픔과 상처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역사적인 사실에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한다는 과감한 상상력을 더한 파격적인 소재로 결코 잊어서도, 잊혀져서도 안 되는 비극적인 역사를 상기시키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단죄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영화 <26년>은 과거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아픔의 치유를, ‘그 사람’에 대한 분노가 국민정서의 저변에 깔려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게는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 진정성 있는 감동을 선사했다.
원작자인 강풀은 시사회장에서 “요즘 어린 아이들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잘 모른다”며 “<26년>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더 많은 분들이 그날의 광주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기사를 본적 있다. 원작자의 바람처럼 중국에서도 더 많은 교민들이 영화 <26년>과 함께 그날을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