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19일(현지시간) 프란시스코 교황 즉위식 참석을 통해 국가 원수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교황청에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바티칸이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관계 개선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임 교황 즉위와 관련해 상당수 중국인들은 중국과 교황청 간의 진행됐던 비공식 대화가 재개될지 여부에 주목해왔다.
중국과 바티칸 사이의 주요 쟁점은 바티칸과 대만 사이의 외교 관계와 중국내 가톨릭 사제들에 대한 서임권 문제가 걸려있다. 중국은 바티칸과 대만 사이의 외교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해왔다. 바티칸은 대만이 외교관계를 형성한 23개국 중 하나로 유일한 유럽 국가다. 이 외에도 중국은 중국내 가톨릭의 주교 서임권은 중국 정부가 갖고 있다며 바티칸과 대립해왔다. 중국내 가톨릭 인구는 1200만명에 이르지만 중국과 바티칸은 중국 정부가 가톨릭 성직자에 대한 서임권을 행사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어 정식 외교 관계조차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대만으로서는 바티칸과의 외교 관계가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지만, 바티칸은 외교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며, 대만과 다른 나라와의 외교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반대해왔다. 이번 마잉주 총통의 바티칸 방문은 그가 2008년 총통에 취임한 이후 첫번째 유럽 방문이다. 실제 대만내 가톨릭 신자의 숫자 또한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만 지도자들은 바티칸과의 관계를 통해 세계 외교 무대에 진출하는 계기로 삼아왔다. 2005년에도 천수이볜(陳水扁) 당시 총통이 대만을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탐캉대학교의 알렉산더 황 교수는 "대만인들에게 있어서 대만은 엄연히 실제하는 국가지만, 많은 나라들에 무시당하고 정상국가 취급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며 "마잉주 총통은 23개 외교 관계국 중 한 곳을 방문한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마잉주 총통 취임 아후 대만과 중국 관계는 개선되어 양국간의 교역이 늘고,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개선의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대만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대만과 다른 나라와의 협력 관계 수립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 관계 수립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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