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은 24절기 중 4번째 절기인 춘분(春分)이었다. 춘분이 되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제법 따뜻한 볕이 내리쬐며 산들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개화하기 시작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일 년 중 농사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절기라 농부들의 손길도 한창 분주해진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봄기운에 맞춰 활동을 개시해 일 년 건강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춘분, 만물이 활발해지며 나쁜 기운도 창궐
춘분 이후 본격적으로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우리 몸도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닫혔던 땀구멍이 열리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경락(經絡)에 기(氣)와 혈(血)이 활발하게 흐르며, 추운 겨울 동안 성장을 더디 하던 아이들도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이처럼 건강한 아이들은 봄에 더욱 활발하게 자라지만, 겨울 내내 잔병치레를 하며 기운을 잘 비축하지 못한 아이들은 오히려 활발해진 병균의 공격에 심하게 병치레를 할 수 있다. 봄기운에 만물이 활발해지는 것처럼 나쁜 기운(세균, 바이러스)의 활동도 활발해져 몸이 이에 대응해 튼튼히 준비를 못하면 쉽게 침범을 받는 것이다.
조상들의 춘분건강 노하우
-자연의 흐름에 맞추는 것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봄에 어떻게 건강관리를 했을까? 동의보감 ‘내경편(內景篇)’에 서는 ‘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했다. 춘분을 기점으로 낮의 길이는 밤보다 점점 길어지기 때문에 계절적 특징에 맞춰 낮 동안에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즉 봄에는 활발하게 활동할수록 겨우내 몸 안에 쌓였던 묵은 때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기운을 몸 안에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한방에서 아이들을 봄에는 늦게 재우고 일찍 일어나게 하라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단 밤잠을 깊게 자지 못한 아이들은 춘곤증으로 고생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하나 ‘아랫사람에게 상을 주고 벌을 주지 말라’고 했다. 봄의 상승하는 기운에 맞춰 기운을 북돋워줄 수 있도록 칭찬과 용기를 아끼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양의 기운이 충만해 봄기운을 많이 탈 수 있으니 무엇보다 부모의 사랑을 더 많이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다.
쓰고 신 성질 지닌 음식이 최고의 보약
봄에는 나쁜 기운이 창궐한다고 했지만 아무리 나쁜 기운이 활기를 쳐도 미리 준비를 단단히 해놓는다면 염려할 필요는 없다. 봄에는 특히 ‘피부와 근육’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봄이 되면 나무가 잎을 피우는 것도 여름에 잎을 통해 탄소 동화작용을 활발히 해 기를 많이 벌어들여 일 년 건강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사람에게 잎과 같은 것이 바로 피부와 근육이다. 피부와 근육이 건강하면 유행성 질병이 돈다 해도 걱정이 없고, 질병에 걸린다 해도 쉽게 이겨낼 수 있다.
피부와 근육이 건강해지려면 피부와 근육이 좋아하는 쓰고 신맛 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쓰고 신 성질을 지닌 식품의 대명사는 봄철 채소다. 밥과 빵, 고기처럼 단 성질의 음식은 양기(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지만, 채소처럼 쓰고 신 성질의 음식은 음기(진액과 피)와 양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인 시설과 장비를 갖추게 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쓰고 신 채소를 많이 섭취하게 해주면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더위를 타지 않고, 오히려 튼튼한 기운을 많이 벌어들여 여름 동안 더 잘 자라게 된다. 감기와 같이 흔한 질병도 잘 이겨냄은 물론이다.
봄에 잘 키운 모가 여름 장마에 벼 잎이 꺾이지 않듯이 안팎 건강을 든든하게 챙긴 아이일수록 여름에 기를 더 많이 벌어들여 건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봄이 일 년 농사의 시작인 것처럼 춘분 즈음에 몸을 잘 보해줘야 아이의 일 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조재환(함소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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