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6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도 추락했다. 39억명 아시아 축구팬에게 독일월드컵은 이제 '남의 잔치'가 돼버렸다.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본선 티켓 4.5장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축소될 지 모르는 위기를 맞았다. 6개 대륙 중 16강 진출국이 전무한 곳은 아시아뿐이다. 그나마 한국이 1승을 챙겼을 뿐 나머지 국가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유럽은 본선에 출전한 14개국 중 10개국이 16강에 진출했고, 남미는 본선 진출 4개국 중 파라과이만 제외하고 3개국이 16강에 올라 알짜 실력을 뽐냈다.
아프리카도 가나가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 16강에 올랐고, 멕시코는 북중미의 자존심을 살렸고, 오세아니아의 호주도 조별리그 관문을 통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의 희망이던 한국마저 16강 진출에 실패, 아시아 축구는 세계 축구의 평균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대륙별 본선 티켓 배정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5장을 배정받고 있는 아프리카는 2010년 월드컵 개최대륙이란 점을 내세워 더 많은 티켓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1990년 카메룬 8강 진출, 1994년, 1998년 나이지리아의 조1위 16강 진출, 2002년 세네갈 8강 진출, 2006년 가나 16강 진출 등 역대 성적도 아시아보다 유리하다. 실제 아프리카는 이를 강조하며 최소 6장은 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유럽 남미 등은 매번 월드컵 쿼터 배정이 이뤄질 때마다 전력에 따른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쿼터 공세가 더욱 거세질 상황에서 아시아는 월드컵 전멸로 티켓 4.5장을 지켜낼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남아공 월드컵부터는 호주가 아시아로 편입돼 지역예선을 치른다. 아시아의 4.5장과 오세아니아의 0.5장이 합쳐지는 상황이다.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도 앞서 "아시아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FIFA에 티켓을 좀 더 많이 배정하라고 요구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차기 월드컵 쿼터가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 아시아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추가 티켓 확보는 물론 이 5장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FIFA는 호주 편입 이후 아시아 배정 티켓 수를 확정하지 않은 채 이번 대회 성적을 주시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호주의 아시아 편입에도 아시아 몫 본선티켓은 4장 또는 4.5장으로 남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