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몸이 계절의 기운에 적응하지 못해서 춘곤증(春困症)이 생기는 것으로 본다. 우리 몸을 흐르는 기(氣)는 추운 겨울 동안 움츠려 있다가 봄의 소생하는 기운인 양기(陽氣)에 맞춰 충분히 순환하고 발휘되어야 한다. 이때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춘곤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곤(困)이라는 한자를 통해 표현하는데, 솟아오르는 기운이 부족한 식물(木)이 땅이라는 장벽(口)을 뚫지 못하고 갇혀 있는 상태(困)에 비유한 것이다.
아이들은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 어른보다 약하므로 춘곤증도 더 심하게 나타난다. 춘곤증을 겪는 아이는 오후가 되면 기운을 못 차리고 밥을 잘 안 먹거나 편식이 심해진다. 특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새학기 스트레스로 인해 더 심하게 봄을 탄다. 아이들은 말로 자세히 표현을 못하기 때문에 엄마가 평소에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잘 먹던 아이가 잘 먹지 않는다거나, 평소 잘 놀던 아이가 기운 없이 늘어진다면 춘곤증일 수 있다.
춘곤증은 봄철 한두 달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시적이고 자연스런 생리 현상이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영양섭취 등으로 춘곤증을 떨치고 활기찬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게 도와주자.
춘곤증 이겨내는 생활관리 5계명
1.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기상과 취침시간을 규칙적으로 하고, 낮에 충분히 활동하여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낮에 10-20분 정도의 낮잠은 도움이 되지만 30분이 넘는 낮잠은 오히려 더 피곤하게 만들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식사는 하루 세끼, 규칙적으로 하고, 특히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 적당한 운동을 한다.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해서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봄에는 격렬한 운동보다도 얼굴 근육을 이완시키고 손가락과 발 부위를 풀어주는 운동, 맨손체조와 전신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가벼운 산책 등이 좋다.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한 경우에는 전신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체조로 호흡을 고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반신욕, 족욕, 심호흡, 지압으로 긴장을 풀어준다.
반신욕이나 족욕으로 굳어있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심호흡을 크게 여러 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기를 자주 하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좋다. 안마나 지압, 스트레칭도 효과적이다. 노곤해지고 졸음이 올 때, 손바닥을 오므리거나 주먹을 쥔 채로 팔다리를 안쪽에서부터 바깥쪽으로 두드리는 방법, 양손바닥을 비벼서 열이 나게 한 뒤 눈 주위를 마사지하고 팔 다리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4. 봄나물로 춘곤증을 이긴다.
제철음식인 봄나물이 춘곤증을 이길 수 있게 도와준다. 풋마늘, 쑥, 원추리, 들나물, 취나물, 도라지, 두릅, 더덕, 달래, 냉이, 돌미나리, 부추, 두릅 등 봄나물은 입맛을 돌게 하고 피로회복에도 좋은 비타민 C와 미네랄이 들어있어 봄 계절병을 이겨낼 수 있다.
5. 햇볕을 쬐면서 걷는다.
봄볕은 그 자체로 양기를 돋아주고, 가라앉은 기운을 상승시키는데 좋은 보약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 속을 거닐다 보면, 겨우내 얼어있던 마음까지 녹아 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병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영. 유아와 청소년, 임신부의 비타민D 결핍성 구루병 진단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비타민D는 대부분 햇볕을 받아 합성되므로 이를 위해서도 낮 시간에 야외 활동을 늘리는 것이 좋다. 하루에 최소한 20분, 일주일에 2~3시간 정도는 햇볕을 받아야 한다.
▷조재환(상해함소아한의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