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는 증상인가? 오래 전 TV나 각종 매체에서 어머니들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녀를 위해 또는 남편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들을 보아왔지만 언제부터 인지 나 역시 같은 모습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많은 종교가 있고 그 가운데 간절함은 누구에게나 같지않을까?
기도에 대해 우리의 삶과 연관해 생각할 때면 난 늘 나의 조부모님을 떠올리게 된다.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정 사정으로 조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 북에서 내려오셔서 강원도에 터를 잡으시고 조그만 잡화점을 하셨는데 시골이라 하지만 광산이 있는 나름 번성한 곳 이었던 것 같다. 우리집은 저자 거리 한가운데 있었는데 주위에는 돌아가며 술집이 있었고 난 저녁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붉은 입술을 한 기생들의 젓가락 장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 기억 속의 우리 조부모님은 매우 단정하신 분들이었다. 재미있는 건 이북에서 같은 마을에서 교회를 다니시던 독신주의자이신 할머니에게 반해 교회에 나가시게 되고 지주의 아들이지만 부모를 졸라 할머니는 얼굴도 못보고 어찌 어찌해 결혼 하시게 되었다 한다. 두 분의 의는 어찌나 좋으신지 한번도 큰소리로 다투신 모습을 보질 못했고 그다지 여성스럽지는 못한 것(?)같은 할머니를 늘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던 할아버지의 그 눈빛을 기억한다.
매일 아침이면 일년 중 하루도 어김없이 가정예배를 드리시고 할아버지는 집 앞 골목을 쓰시고 교회에 가셔서 마당을 쓰셨는데 난 철없는 마음에 왜 할아버지만 힘들게 하냐고 화를 내곤 했다. 주일이면 두 분이 한복에 두루마기로 단정하게 입으시고 교회에 가 예배를 드리고 그날 하루 모든걸 내려놓고 온전히 쉬시며 내게 만두나 찐빵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것은 우리 집 이름없는 조그만 상점이 언제부터인지 '예수님 가게'로 불려졌고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리 집 주위의 작은 선술집 주인들도 모두 교회에 나가게 되어 할머니와 함께 예배를 드렸다는 것이다. 나 역시 크리스찬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 속에서 나와 많은 신앙인을 바라볼 때 부끄러울 때가 많다. 지식은 부족하나 지혜가 있으시고 환경의 변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감사가 있는 삶의 모습으로 예배하고 기도하고 주위를 변화시킨 나의 조부모님의 값진 유산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니 참 그 동안 내가 얼마나 형편없었나 하는 마음에 부끄럽다.
결혼하고 첫아이가 채 돌이 되기 전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쓸어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한숨에 달려갔다. 이미 의식이 희미해져 가시고 계셨지만 나와 아이를 알아 보시고 웃으시며 반기신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내 기도하는 그 시간 그때가 가장 즐겁다’란 찬송을 불러달라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떠나셨다. 찬송 속에 당신의 마음을 전하시고 또 그렇게 평생을 사랑하시던 할머니손을 잡고.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꺼져가는 의식으로 우리와 함께 부르던 할아버지의 입술을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 내가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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