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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유기농 채소

[2013-06-13, 10:56:16] 상하이저널
상하이 아파트의 독특한 점은 1층은 정원을 주고, 꼭대기층은 쓸만한 다락이 딸려 있다는 것이다. 대도시의 삶이지만 조그만 텃밭을 꿈꾸어 오던 내겐 상하이 왔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일이었다. 그래 정말 욕심을 내어 집 안보다 뜰이 넓은 집으로 계약을 했더랬다.

처음엔 그 넓은 뜰을 다 텃밭으로 만들 요량이었지만 막상 보니 초보 농군인지라 엄두가 나지 않아 절반은 블록을 깔아 그네도 매달고 조그만 풀도 만들어 아이들 놀이터로 만들었다. 어깨 너머로 친정 어머니에게서 전수 받은 것으로 겨울 내내 과일 껍질이며 남은 밥이며, 채소 손질하고 남은 것들을 땅에 묻어 주었다.
 
첫 해는 한국에서 공수 받은 상추씨, 깻잎씨, 오이씨, 호박씨를 적절히 배분하여 뿌렸다. 한 귀퉁이는 꽃시장에서 구입한 딸기 묘종을 옮겨 심었다. 머릿속으로 오이와 호박은 그물로 이어 그늘을 만들어 줄 요량이었다. 친정 어머니가 늘 호박은 크려면 양분이 많이 필요해 어린아이 응가를 넣어 주면 좋다는 말까지 하셨지만 차마 그 용기는 나지 않아 호박 자리엔 더 많은 과일 껍질들을 넣어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씨 뿌린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정직하게 싹들이 돋아났다. 밭 한가득 덮인 싹들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친정 부모님이 여행을 와 주셨다. 여행 후 일주일 남짓 계시는 동안 그 싹들을 모두 하나 하나 간격을 지어 잘 자라도록 옯겨 주셨다. 첫 해 오이와 호박은 열매를 얻긴 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상추, 깻잎 등 잎채소는 그 해 늦가을까지 우리 가족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 안의 한국 이웃들의 밥상을 함께 할 만큼 풍성했다. 깻잎은 너무도 잘 자라 내 키만큼 자랐다.

첫 해의 뿌듯함으로 두 번째 해에는 청경채도 심고, 한국에서 공수해 온 고추씨도 심고 방울토마토도 심었다. 감자도 도전해 봤다. 여전히 잎채소들은 너무도 풍성하게 잘 자라 주었지만 구근류는 모두 실패했다. 신기한 게 청경채다. 다른 야채를 두 해에 걸쳐 키우는 동안 약 한 번 하는 일 없이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벌레가 없었는데 청경채는 떡잎 두 장이 나올 때부터 벌레투성이다. 다른 야채로 옮겨 가지도 않는다.
 
그래 네 등분한 밭 한귀퉁이가 곧 궐이 나겠거니 하고 뽑으려 하는데 신기하게도 벌레가 그렇게 먹는데도 자라는 거다. 벌레는 계속 먹고. 그 때 알았다. 중국 사람들이 청경채를 손질할 때 기본으로 6~7시간씩 물에 담가 놓는 이유를. 농약을 하지 않으면 청경채는 기를 수 없는 거다.
집에서 수확한 야채들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는데 신기하다. 시장에서 사온 것들과 유통기한 자체가 다르다. 거짓말 같지만 3주가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아이들 유치원에서 시장 놀이를 할 때 상치를 수확해 박스로 보내면 어떻게 알고 아이들이 바로 다 사갔다고 한다.

그렇게 두 해를 보내고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는 도둑고양이들이 자꾸 담을 넘어 오는 바람에 1층 텃밭의 삶을 포기했다. 최근에 과일 오이를 사 3-4일이 넘어 가면 자꾸 겉부터 물러진다. 신선할 때 먹는 게 답이지만 내가 사 오는 먹거리의 안전을 되씹어 보고 있다.

현재 우리집 주인은 상하이 사람이다. 집 수리차 집에 왔다가 나를 데리고 소개 할 시장이 있다며 데려간다. 녹색식품, 유기농 제품만 취급한다며 간 곳은 아마도 녹색식품 집하장인 듯 하다. 절반 속는 셈 치고 방동의 정성이 고마워 이것 저것 사 왔다.

과일 오이, 당근은 좀 많이 사 왔다. 실험도 해 볼겸. 확실히 상하지 않는다. 예전 내가 길러 먹던 야채들 생각이 날 정도록 1주가 지나도 신선하다.

인구가 늘어나며, 대도시의 먹거리를 공급하다 보니 우리의 먹거리가 점점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는 듯 하다. 다시 1층으로 이사갈 수도 없는 일이다. 좀 더 수고스럽게 먹거리를 구해야 하는 주부로서의 고민이 늘어간다. 더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골라 보고 또 골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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