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북핵... "양측, 북한 비핵화 문구 논의 중"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과 만나면 북한 핵 문제와 동북아에 어떻게 하면 빨리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지난 5월 미국 방문 중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도 했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박 대통령이 27일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北京)과 시안(西安)을 국빈 방문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뒤 바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목표 아래 북한 비핵화 문제 등 대북 정책 공조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서울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력과 이해를 요청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의 미래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한다. 이 미래비전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담길지, 담긴다면 어떤 식으로 명문화될지 주목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중국 측과 공동성명에 들어갈 문구를 놓고 얘기를 계속 나누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최근 북한의 태도가 급격히 변화한 점 등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에 대해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라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박 대통령을 ‘중국 인민의 라오펑요우(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불렀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수교 21년을 맞는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박 대통령이 방중 슬로건을 ‘심신지려(心信之旅·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라고 정한 것도 양국 간 신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외교적으로 어떤 이슈에 대해 표현을 크게 바꾸지 않는 나라인 만큼 뉘앙스나 행간의 의미를 잘 읽을 필요가 있다”며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역대 어느 한·중 정상과 달리 우호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큰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제 분야에서) 제일 기대하는 성과는 한·중 FTA에서 뭔가 돌파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중 공식 수행원은 윤병세(외교부)·윤상직(산업통상부) 장관, 권영세 주중대사, 청와대 주철기(외교안보)·이정현(홍보)·조원동(경제)수석,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최종현 외교부 의전장,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 김형진 청와대 외교비서관 등 10명으로 확정됐다. 경제사절단으론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등 중국 국빈 방문 사상 최대인 71명이 동행한다.
기사 저작권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