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가득차 한때 혼란…국내·국제선 정상 운항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 20일 사제 폭발물을 이용한 자폭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신화망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25분께(현지시간) 서우두공항 3터미널의 국제선 입국장에서 산둥성 출신 중국인 지(冀·34)모씨가 사제 폭발물을 터트렸다.
목격자들은 휠체어에 앉은 지씨가 입국장에서 갑자기 소리를 치다가 큰 폭발음이 났다고 전했다.
부상한 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폭발 당시 지씨 가까이에는 행인이 없어 다행히 추가 사상자는 없었다.
폭발과 동시에 흰 연기가 가득 차면서 서우두공항 3터미널은 한때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서우두공항은 질서를 되찾고 국내·국제선 항공편이 모두 정상 운영되고 있다.
한 공항 관계자는 "폭발 규모가 비교적 작아 용의자 외에는 피해가 없는 상태"라며 "공항 시설에도 문제가 없고 곧바로 조치가 이뤄져 현재 공항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관문인 서우두공항에는 1터미널, 2터미널, 3터미널 모두 3개의 터미널이 있다.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편이 동시에 운영되는 3터미널은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해 건설한 것으로 중국국제항공 등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가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이날 자폭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산둥성 출신의 반신불수 장애인 지중싱(冀中星·34)씨였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그는 원래 광둥성 둥관(東莞)시에서 불법 오토바이 택시 기사로 일했다.
지씨가 인터넷에 올린 호소문에 따르면 그는 2005년 6월 28일 손님을 태우다가 현지 치안관리원들 예닐곱 명으로부터 쇠파이프 등으로 잔인하게 폭행을 당했다.
척추가 부서지는 바람에 반신불수 장애인이 된 그는 노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는 이후 8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억울함을 계속 호소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지씨가 공항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그동안 켜켜이 쌓인 절망감 때문일 것이라고 많은 중국인은 여긴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특히 지씨에 대한 동정 여론도 상당하다.
정부와 사회가 그의 억울한 사연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줬더라면 그가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씨와 같은 민원인들이 배려를 받기는커녕 당국의 심각한 통제·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고충 처리 기능을 맡는 각 지방 정부의 신방국(信訪局)의 주요 업무가 관내의 '요주의 인물'이 수도 베이징에 가서 민원을 하지 못하도록 이들을 납치·감금하는 것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민원인들이 조직 폭력배들이 운영하는 사설 감옥에 갇히거나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되는 일도 허다하다.
법원의 판결이 필요 없는 노동교화 제도를 악용, 사회질서를 해쳤다는 명문으로 민원인들을 수년간 노동교화소에 집어놓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각종 압박 속에서 많은 민원인은 결국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지만 일부는 지씨처럼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린다.
2011년 5월 푸젠성 푸저우(撫州)시에서는 토지 수용에 불만을 품은 한 농민이 검찰 청사, 구정부 청사, 인민광장 세 곳에서 사제 폭발물을 잇따라 터뜨려 그를 포함한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