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통제 정책ㆍ낮은 대외부채ㆍ막대한 대외자산이 원동력
"GDP의 210% 부채 감당할 충분한 능력"…"中 지도부도 성장에 방점"
중국이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10%가 넘을 정도로 엄청난데도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는 뭘까.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 뉴스 에디터이자 베이징(北京) 지국장인 덱스터 로버츠는 25일(현지시간) 경제주간지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기고한 `왜 중국의 부채 거품이 터지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먼저 로버츠 지국장은 중국의 올해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7.5%로 2분기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중국의 금융 붕괴(Financial meltdown)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의 왕타오(王濤) 중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체의 부채는 17조 달러로 GDP의 2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버츠 국장은 지적했다. 중국의 부채 규모는 5년 사이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중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이 쿠이지스(Louis Kuijs)는 중국 기업들의 부채가 2012년 말 기준으로 GDP의 113%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08년에 비해 86% 늘어난 수치다.
특히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대형 국유기업들의 부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로버츠 지국장은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악성 부채의 비율은 매우 낮지만, 이는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로버츠 지국장은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 기준 상업은행들의 악성 채무 비율이 1%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지방정부들의 부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고 로버츠 지국장은 덧붙였다. UBS에 따르면 중국 지방 정부들의 채무는 중국 전체 GDP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빌린 돈 대부분을 사회간접자본 및 부동산 개발 사업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수년내에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다면 지방정부들은 채무 불이행에 상태에 빠져들 우려가 있다고 로버츠 지국장은 전망했다.
하지만 로버츠 지국장은 "수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에 대해 점점 우울한 전망을 하면서도 중국 경제가 시스템적인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면서 중국이 부채가 많은데도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그는 과거 1990년대 태국,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붕괴를 촉발했던 자본유출로부터 중국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자금통제 정책을 꼽았다.
로버츠 지국장은 또 쿠이지스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중국은 대외부채가 GDP의 7.2% 수준으로 미미하므로 외국인들의 정서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높은 개인들의 저축과 1조 7천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순 대외 자산을 바탕으로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은행과 고통을 겪는 기업에 구제금융(bailout)을 제공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로버츠 지국장은 평가했다.
로버츠 지국장은 "중국의 지도부도 부채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면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최근 경제 전문가와 기업인들과의 좌담회에서 "경제성장률이 7% 밑으로 내려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그는 씨티뱅크의 션밍가오(沈明高) 중국시장 리서치 대표를 인용해 "중국이 부채를 낮추면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로버츠 지국장은 "결론은 중국의 부채가 GDP의 210%까지 치솟았지만, 금융위기의 위험성은 여전히 적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