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은행계좌를 개설, 돈을 받아 챙긴 신종 수법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이 구속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짜고 억대의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송모(50)씨 등 일당 4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등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10명으로부터 총 1억8천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 등은 지난 5월 중국에 건너가 중국인 A씨로부터 한국인 주민등록증 41장을 건네받았다. 실존 인물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에 사진만 일당 박모(32)씨의 것으로 바꿔넣어 A씨가 제작한 것이었다.
신발 깔창 아래에 주민등록증을 숨겨 입국한 송씨 등은 이를 이용해 강원도 원주, 춘천 등 지방에 있는 은행을 돌며 계좌 24개를 개설했다.
경찰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도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보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자세히 보면 글자간격 등 이상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육안으로 보면 구별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있는 조직원들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경찰이라고 속이거나 장기밀매조직이라 위협해 이 계좌로 돈을 송금하도록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게는 200여만원부터 많게는 2천800여만원까지 돈을 부친 피해자들은 뒤늦게 사기라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고,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은행 거래가 전면 정지되는 등 또다른 피해를 입었다.
송씨는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구하다 A씨를 알게 됐다"며 "주민등록번호 수집 방법이나 주민등록증 제작 경위 등은 모른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 등을 미끼로 피해자로부터 통장을 양도받아 대포통장으로 활용하는 기존 사례와 달리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를 도용해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이용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송씨 등의 여죄를 캐는 한편, A씨 등 중국의 공범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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