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대도시 공항 8곳이 상습적인 항공기 출발 지연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목적지의 상황에 관계없이 일단 이륙하고 보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목적지의 착륙 여건을 무시하고 정시에 일단 출발하라는 얘기인데, 항공기 정시출발 지연으로 공노족(空怒族·공항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출현하는 등 사회 문제가 되자 이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목적지 공항 주변을 선회하며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안전에 위협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의 붐비는 모습.(자료:신화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제한없는 이륙'으로 명명된 이같은 조치가 베이징과 상하이 훙차오·푸동공항, 광저우, 선전, 청두, 시안, 쿤밍 등 7개 도시 8곳의 공항에서 지난 주부터 시작됐다고 1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공항의 정시 출발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확인되자 이같은 극단적 조치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착륙을 위해 수시간 동안 공중을 선회해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불안하고 비실용적인 조치라고 덧붙였다.
양신성 중국민항대학 항공교통관리학과장은 "어이없는 대책"이라며 "지상에서 대기하는 것이 공중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항상 안전하다"고 말했다. 비행기 연료 소모량도 많아지고 비행 시간이 늘면 승무원들의 스트레스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양 교수는 "승객들도 이같은 조치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시에 출발하면 승객들의 분노는 줄어들겠지만, 공항주변에서 선회하는 것은 패닉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의 항공 전문가는 "많은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들이 착륙전에 선회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도 "이번 조치는 항공교통 통제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며 중국의 항공교통 통제는 베스트가 아니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는 늘어나는 항공수요와 항공 관리 역량의 부족 등으로 주요 공항의 비행기 정시 출발률이 낮은 곳은 18~24%에 불과해 툭하면 승객들의 집단 항의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이 보안검색대를 부수고 활주로로 돌진하는가 하면 항공사 직원들을 구타하는 사례도 잇따라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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