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수민족 지역인 티베트자치구의 산난(山南)현이 중국에서 새로운 조세회피처로 떠오르고 있다. 해발 3600m가 넘는 고지대에 카리브해의 케이맨군도 같은 조세회피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티베트에 대한 한족의 장악력 강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산난현 지방정부가 사모펀드와 투자회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법인세를 대폭 감면해주는 등의 다양한 세금우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법인세는 전국 평균인 25%보다 낮은 15%이며, 500만위안(약 9억1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내는 기업에 대해서는 최대 40%까지 세금을 환급해준다.
사모펀드 파트너들의 수입에 대해 20%의 일률 과세를 적용하는데, 이는 다른 지역보다 절반 이상 낮다. 이 같은 제도가 언제 도입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른 도시들의 투자자 유인책보다 훨씬 공격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울러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지방기업에 대한 투자도 강요하지 않고 있다.
산난현은 인구 30만 가운데 90% 이상이 티베트족이다. 티베트 문화가 발원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상하이에서 일하는 로펌 소속 변호사 왕징허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포함한 많은 중국의 도시들이 사모펀드 회사들에 대해 특혜를 주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티베트로 이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4억위안 규모의 딩신성장펀드는 중국에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업체로 올해 초 산난현에 자리를 잡았다.
신문은 산난현의 이 같은 조치가 티베트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족이 운영하는 투자회사들을 많이 이주시켜 독립요구를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외국 기업도 산난현을 조세회피처로 이용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의 티베트에 대한 접근이 매우 제한돼 있어 문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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