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동안 이어진 보시라이(薄熙來) 재판 심리가 26일 일단락됨에 따라 이제 형량에 관심의 초점에 맞춰지는 분위기다.
보시라이가 전면 무죄를 다투긴 했지만 중국 사법제도의 특성에 비춰볼 때 일단 유죄 판결이 나는 것은 명약관화라는 평가다.
중국 안팎에서는 이번 재판 전까지만 해도 보시라이가 비교적 가벼운 징역 15년가량의 형을 선고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보시라이가 수사 과정에서 한 자백을 뒤집고 전면 무죄를 다툼에 따라 변수가 새로 생겨났다.
대부분의 나라처럼 중국에서도 형사 피고인의 범죄 인정은 중요한 형량 감경 사유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부패 혐의로 적발된 고위층 절대다수는 기소 전 단계에서 대부분 유죄를 미리 인정하고 형을 감경받는 선택을 한다.
수년간 적발된 관리 가운데 최고액인 6천460만 위안(약 117억원)의 뇌물을 챙긴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이 최근 사형을 면한 것도 그가 조사 단계에서 자신의 비리 혐의를 자발적으로 이실직고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보시라이의 혐의 전면 부정은 중국 사법 제도에 비춰볼 때 커다란 '도박'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보시라이가 혐의를 부인하든, 인정하든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중국의 정치 평론가인 장리판(章立凡)은 홍콩 명보(明報)와 인터뷰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에는 만약 양쪽의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판을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시라이의 뇌물 수수액과 횡령액을 합친 금액이 2천679만 위안(약 49억원)에 달하고, 혐의까지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법리적으로 '선처'할 근거가 없다는 관측에 점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검찰도 이날 재판에서 이런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죄행은 극히 엄중하고 죄를 인정하지도 않고 있어 법정 경감 사유도 없다"며 "필히 법에 따라 엄벌에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보시라이는 부패 혐의 외에도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살인 사건을 덮은 직무 유기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런 탓에 중국 내 일각에서는 보시라이가 사형유예 판결까지 받을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더욱이 이번 재판은 중국의 5세대 지도부 출범 이후 최고위직을 대상으로 한 것인만큼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반부패 의지의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좌파의 아이콘 격인 보시라이에 대한 강한 처벌이 당내외 좌파의 결집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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