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달러 호가 부동산 '묻지마' 매입
최근 재판에 회부돼 선고 만을 남겨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 서기 일가가 프랑스 호화 빌라를 뇌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 부패 관리(탐관)들의 해외 부동산 소유 현황이 관심을 끌고 있다.
28일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에 따르면 수 천명의 중국 탐관이 미국, 캐나다, 유럽, 동남아 등 세계 각국에서 은밀한 방법으로 호화 부동산을 구입했다.
부정축재 사실이 드러나 이미 해외로 달아난 도피범 이외에 부패 사실이 발각될 것에 대비해 해외 도피처용으로 주택을 구입한 관리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탐관들은 일단 부인과 유학중인 자녀를 위해 해외에 친지의 명의로 수 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주택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쉰은 작년 10월 이후 지난 2월까지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 공항을 통해 거액을 챙겨 해외로 도피한 당·정의 탐관이 400여 명에 달하고 모두 800억여 달러(약 87조 원)의 검은 돈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공안부 변경관리국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는 해외로 도피한 6천여 명의 부호 명단이 올라 있다.
부패관리들은 해외에서 신분을 숨긴채 '묻지마'식 부동산 구입에 나서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이 전했다.
런던의 한 부동산 소개업자는 중국인 고객중 상당수가 현물 대신 사진과 설계도 만을 보고 선뜻 수 백만달러의 현금을 지불한다면서 거액이 든 전대를 허리에 찬 중국 고객이 꿈속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부패 관리들의 주택 구입이 집중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캘리포니아 등지에는 아예 중국 특색의 '탐관 거리', '탐관 정부(情婦)촌', '탐관 자녀촌'등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보쉰은 전했다.
탐관 거리에는 명품 브랜드를 차려입고 고급 승용차를 탄 중국인들이 흔히 목격된다. 이들은 현지 중국인 사회에 잘 나타나지 않고 '그들만의 사교권'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 열기로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고급 가격이 최근 두배로 뛰어 현지 당국에 부담을 주고 있다.
현지 당국은 중국인이 호화 주택을 구입할 경우 부동산 업자와 주민들에게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탐관의 부동산 구입을 색출하기 위해서이다. 중국 당국은 미국 측에 1천여명의 탐관 명단을 건네주고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해외에 부동산을 구입한 고위 공직자 중에는 최근 사법처리설이 나돌고 있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도 포함됐다고 보쉰이 전했다.
저우융캉이 거액의 부정축재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면서 호화 주택도 구입했다는 것이다.
사정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왕치산(王岐山)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부인 야오밍산(姚明珊)이 실리콘밸리에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호화 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밖에 지난 2003년 미국으로 도피한 양수주(楊秀珠) 전 저장성 건설청 부청장은 뉴욕 맨해튼에 5층짜리 빌딩을 친척 명의로 구입했고, 허난성 탐관 청싼창(程三昌)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구입한 호화 별장에서 사치를 누리고 있다고 보쉰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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